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안타까운 사연 하나를 말했다.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이사 오겠다고 했는데 2년 새 전세금이 크게 올라 대출을 받느라 계획한 결혼을 미루게 됐다는 한 40대 초반의 이야기였다. ‘임대차 3법’ 도입 후 집주인이 실거주하려 세입자를 쫓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추 전 장관은 이 사례를 근거로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산세 감면이 아니라 보유세율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집값을 잡는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재산세 한시적 감면 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주장이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미혼의 40대 초반 인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꺼냈다. “2년 전 4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대출을 끼고 살다가 올 해 집주인이 만기해약을 요구하며 이사 오겠다고 해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다. 그런데 2년 사이에 같은 평형이 (전셋값이) 2억원이나 올라 추가 대출을 얻었고, 월급의 60% 이상을 은행 이자로 지출하느라 계획했던 결혼을 또 미루게 됐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한 뒤, 전세 매물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집 주인이나 가족이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추 장관이 소개한 사례는 이 같은 임대차 3법 부작용으로 보인다.

그런데 추 전 장관은 대책으로 ‘지대개혁’을 주장했다. 그 ‘지대개혁’의 내용은 보유세 인상이다. 그는 “인기 영합을 버리고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야 주택가격을 잡을 수 있다”면서 “당정은 재산세 감면이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꾸준히 올리는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임식을 마친 뒤 법무부 청사를 빠져 나와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재산세 감면 기준 9억원으로 상향’에 대해서도 “내집 가격은 오르기를 바라면서 세금은 적게 내겠다는 이중적인 심리에 영합하는 대증요법일 뿐”이라고 썼다.

추 전 장관은 “부동산 보유비용이 높을수록 투기적 보유가 줄어든다”면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 보유세 실효세율을 1%를 목표로 해마다 높여나가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 사례도 들었다. “미국의 4억원 짜리 집의 보유세인 재산세는 850만원 정도인데, 우리나라 4억원 아파트 재산세는 20~30만원”이라는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1%가 되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은 서울의 경우 ‘중간 수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 재산세를 연간 900만원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