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선택한 것에 대해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면서 유감이라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2일 서울시 가재울중학교에서 열린 신규교사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의 오랜 기다림 끝에 출범한 공수처의 1호 수사가 해직교사 특채라니 뜻밖이다”라며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랐던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어 “4월 30일 기준으로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이 1040건에 달하고, 그 가운데 3분의 2가 판·검사 관련 사건, 그중 400여 건이 검찰 관련 사건”이라며 “수많은 권력형 비리를 제쳐두고 해직교사 복직이 1호 수사대상이라니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며 공수처 출범을 기다렸던 국민의 여망을 공수처가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지난 10일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해 ’2021년 공제 1호'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11월 중등교사 특별 채용 과정에서 부교육감과 국장, 과장 등이 반대하자 이들을 배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전교조 출신 등 해직 교사 5명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친(親)전교조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주고 조직적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아 퇴직했고, 나머지 1명은 2002년 대선 때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인터넷 댓글을 단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퇴직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고, 이달 초 경찰이 공수처에 넘겼다.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이미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전국의 시도 교육청이 교육공무원의 특별채용을 실시해 왔다”며 “국회와 정부는 해직 교사 복직에 관한 제도개선을 논의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도 바로 형사처벌에 들어가기보다 제도개선 논의를 기다려 보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이주현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교육감의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 의혹이 ‘공수처 1호 사건’이 된 점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말할 법한 일”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법률(교육공무원법 제12조)에 근거해 이뤄져 온 일”이라며 “만일 채용절차 등에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경찰이 수사하면 그만인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쌓이고 있는 검사비리의혹 사건을 다 제쳐두고 일개 경찰서 수사과에서도 할 수 있는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공수처가 선정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유”라고도 적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공수처의 칼날이 정작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엄청난 죄, 뭉개기 한 죄”라고 했다. 그는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해선 “중대범죄도 아니며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한다”며 “(공수처가) 별스럽게 인지수사를 한다고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했다”고 썼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는 권력기관 부패와 비리가 아닌 해직교사 복직 문제를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올린 건 교육계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서울시교육청 특별채용은 제도적 보완의 문제이지 형사처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서울 동작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우도할계(牛刀割鷄), 공수처는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써서는 안 된다”며 “공수처 본분은 부패범죄와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