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침해에 관련돼 있는 기업들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등 관련이 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엔 인권보고관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해명을 요청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2019년 8월 4일(현지 시각) 신장위구르자치구 쿠얼러에서 열린 국제 육군 게임 도중 탱크 위에서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펼쳐 들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13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엔에서 초국가적 기업과 인권, 종교와 신념의 자유, 현대판 노예제, 고문, 인신매매 등을 다루는 특별보고관들은 지난 3월 12일 한국 정부에 위구르족 인권침해에 대해 문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보고관들은 서한에서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에 대해 실시하는 강제노동, 자의적 구금, 인신매매 등을 나열하고, “한국의 기업들이 신장 지역을 포함한 중국 내 공급망 등을 통해 인권침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중국 기업 등으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조달했다는 주장이다. 보고관들은 필라와 해지스, LG, LG디스플레이, 삼성을 언급하고,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연루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유엔 측은 해당 기업에도 인권침해 주장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보고관들은 한국 기업들이 연루됐다는 주장의 얼마나 정확한지 예단하지 않겠다면서도, 인권침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신장 및 중국 내 기업들로부터 제품을 조달하는 한국 기업들이 자신의 공급망에서 인권침해가 이뤄지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중국 공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이 제한되는 점도 우려한다고 했다.

또 보고관들은 한국 정부에 기업들이 사업 운영과 공급망에서 인권을 존중하도록 하기 위해 시행 중인 법적, 정책적 조치와 계획을 문의했다. 공공조달 부문에서 위구르족 인권침해와 관련 있는 기업으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인권침해를 당한 해외 피해자들의 한국 사법 절차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취한 조치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인권침해를 막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필요 조치를 시행하고, 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가해자의 책임을 물으라고도 요구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호텔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한 2+2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가 발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중국이 위구르인에 대해 집단 학살과 반(反)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국무부는 위구르인과 다른 이슬람 소수민족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고 했다. 갇힌 인원은 최대 2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국무부 분석이다.

최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 의류회사 무인양품(MUJI)과 유니클로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세계 패션업체들은 이 지역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며 ‘신장 면화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에 동참하면 중국에서 불매 운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신장위구르에서 조달한 면화를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정치적 문제는 노코멘트하겠다”고 했다. 다만 “문제가 있으면 거래를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료힌케이카쿠(良品計画)는 지난달 보도자료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산 면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법령이나 당사 행동 규범에 대한 위반이 확인될 경우에는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스웨덴 의류 기업 H&M은 신장위구르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중국에서 거센 불매 운동이 일었다. 결국 중국 내 상당한 매장이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