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군산항에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난민 등에게 전달될 쌀이 배에 실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식량을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 수혜국이 공여국이 된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전북 군산항에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식량원조 출항식을 개최했다.

2018년부터 WFP를 통해 쌀 5만톤(t)을 국제사회에 지원해 오던 정부는 올해부터 공여량을 10만t으로 2배로 늘렸다.

군산항에서는 이달 까지 2만2000t급 벌크선에 쌀 1만5000t을 싣는 작업이 진행된다. 선적이 완료되면 5여일 간의 훈증 소독을 마친 뒤, 지원 대상국인 방글라데시로 출항하게 된다.

군산항에서 선적되는 쌀은 모두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에 공급된다. 현재 방글라데시의 미얀마 접경지역에는 집단학살을 피해 들어온 로힝야족 120만명가량이 체류 중이다.

델와르 호세인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는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의 생활 수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방글라데시 정부와 국제기구가 협업해 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소화하기엔 재정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군산항을 시작으로 부산, 목포, 울산항에서 식량원조 쌀 선적 작업을 진행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쌀 10만t은 3개월간 약 260만명의 난민과 기아 위기에 놓인 취약계층이 영양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양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UN 식량안보영향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기아 직면한 세계 인구가 8억명에 달한다”라며 “식량원조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어 “우리 쌀의 품질이 좋아, 수혜국에서도 반응이 좋다”면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위상이 달라진 한국의 스토리가 개발도상국에 주는 울림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WFP의 라니아 다가시-카마라 사무차장보는 “전 세계 3억3300만명이 극심한 식량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지원 확대를 환영하고 감사함을 전한다”며 “WFP가 한국에서 식량을 지원하고 개발 사업을 도운 지 60년, 한국이 WFP의 지원을 졸업한 지 40년이 된 올해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