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주지인 법해 스님이 3일 오전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에게 행복팔찌를 달아주고 있다. /윤희훈 기자

“빨강은 심장, 사랑을 의미한다. 노랑은 위장, 믿음을 상징한다. 하양은 폐, 순수함을 뜻한다. 초록은 간, 친절함을 담고 있다. 파랑은 신장, 지혜를 말한다.”

서울 은평구의 천년 사찰 진관사의 주지인 법해스님이 자신의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실팔찌’를 소개하며, 실마다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동양은 오행을 중시한다. 방향으로 동서남북중, 사상적으로는 인의예지신”이라며 “이러한 철학이 담긴 실팔찌이다. 이름은 행복팔찌, 해피밴드다.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하며 이 팔찌를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했다.

법해 스님은 진관사를 찾은 주한외국상공회의소 회장과 외국인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손목에 팔찌를 달아줬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한불상공회의소 회장 등 사찰을 찾은 손님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외국인 투자자들과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방문해 사찰을 돌아보고 관불의식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진관사로 주한외국상의 회장단과 외국인투자기업 대표 등을 초청해 외국인투자전략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사찰 문화 체험을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애로 사항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회의 장소를 진관사로 선택했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진관사는 비구니 사찰로, 사찰 음식이 유명하다. 지난해 5월 한·일 정상회담 중에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이 곳에서 영부인 친교 회동을 하기도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외투기업인들은 주지의 안내를 따라 사찰 대웅전 앞에 설치된 아기불상을 씻기는 관불의식을 하고, 사찰 음식으로 오찬을 했다. 가벼운 죽으로 시작한 사찰 음식은 김과 김치부터 각종 나물, 잡채, 도토리묵, 두부, 만두까지 반찬 가짓수만 15종이 넘게 나왔다. 조미료 대신 각종 장류로 맛을 낸 건강식이었다.

안덕근 장관은 “음식 수준에 깜짝 놀랐다”며 “우리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 사람인 게 자랑스럽다라는 느낌을 받은 게 처음”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외국상의회장단과 기업인들도 상당한 만족감을 표했다고 안 장관은 덧붙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외국인투자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 장관은 오찬에 이어진 외국인투자 전략회의에서 사찰로 초청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산업 환경을 넘어 문화와 역사적으로도 글로벌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글로벌 CEO들이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을 향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역대 최대 외국인투자 유치 성과뿐만 아니라, 올해 1분기까지 매분기 기준 역대 최대 성과를 경신하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올해 외국인투자 유치 350억달러를 목표로 주한외국상의, 외투기업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공급망 회복력과 첨단기술 경쟁력을 갖춘 산업 생태계 구축,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주한외국상의와 외투기업 관계자는 색다른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고, 투자에 대한 세제·재정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전력 등 인프라 확충, 인증·검사제도 합리화 등을 건의했다.

이에 안 장관은 “급변하는 통상환경과 어려운 공급망 환경 속에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암참에서 글로벌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제안했는데, 이런 것을 포함해 국내 산업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