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와 인구 고령화로 국내 인구 이동률이 51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국내 인구 이동자 수는 3년째 감소세다. 그나마 인천·충남·세종·경기·충북으로 이사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광주광역시·울산에선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통계청은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인구 이동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한 51만1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를 포함한 작년 한 해 전국 이동자 수는 612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4%(2만3000명) 감소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지난 22일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전국 인구 이동자 수는 1974년(530만명) 이후 49년 만의 최저치다. 연간 인구 이동자 수 감소세는 2021~2023년 3년째 이어지고 있다. 1년 전인 2022년 감소율(-24.6%)이 4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등은 없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뜻하는 인구이동률은 작년보다 소폭 낮은 12%를 기록했는데, 이는 1972년(11%) 이후 최저치다.

우선 인구 고령화가 영향을 미쳤다. 연령별로 보면 20대(22.8%)와 30대(20.1%) 젊은 층에서 이동률이 높았으나, 20대 이동률은 3년 연속 감소세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20대 인구는 계속 감소하기 때문에 이동자 규모 자체도 감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1970~2023년 총이동자 수 및 이동률 추이. /통계청 제공

주택시장의 침체도 인구 이동 감소에 한몫했다. 다만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이동자 수가 회복되는 흐름이 관찰됐다. 이는 주택 매매 거래량의 ‘상저하고’ 흐름과도 연관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임 과장은 “전국 교통망이 좋아지면서 이사를 하지 않는 경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은 순유입 시도는 인천(1.1%)·충남(0.7%)·세종(0.4%)·경기(0.3%)·충북(0.2%) 5곳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모두 전출자가 전입자보다 많은 순유출 시도였는데, 특히나 광주광역시(-0.6%)와 울산(-0.6%)에서의 순유출이 많았음. 그 뒤를 경남(-0.5%)·부산(-0.3%)·서울(-0.3%)·경북(-0.3%)·전북(-0.3%)·제주(-0.3%) 등이 이었다.

2023년 시도별 순이동률. /통계청 제공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중부권에선 각각 4만7000명, 1만8000명 순유입이 이뤄졌다. 영남권과 호남권에선 각각 4만7000명, 1만5000명 순유출이 일어났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순유입률이 높은 곳은 대구 중구(10.6%)와 경기 양주시(9.8%), 전북 완주군(6.3%) 순으로 나타났다. 순유출률이 높은 곳은 인천 계양구(-2.8%), 경기 광명시(-2.7%), 경기 동두천시(-2.7%) 등이었다.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주된 전입 사유는 주택(34%), 가족(24.1%), 직업(22.8%) 순을 기록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주된 사유는 ‘직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일자리가 많이 몰려 있는 영향이다.

이 밖에 순유입이 발생한 5개 시도의 주된 사유는 충북·충남이 직업, 인천·경기가 주택, 세종이 가족으로 나타났다. 순유출 12개 시도의 주된 사유는 부산·대구·광주광역시·강원·전북·경북·경남이 직업, 서울·대전이 주택, 울산·전남이 교육, 제주가 가족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