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 /뉴스1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국내 최초로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번지며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살처분하고 백신을 접종해 방역에 힘쓰고 있지만, 수급 불안에 한우 가격도 급등하는 모양새다. 전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며 한우 수출길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26일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까지 총 38건이 확진됐다. 지난 19일 충남 서산시 소재 한우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병이 충남 당진, 음성으로 번지다 경기도 김포·평택·화성·수원까지 번졌다. 전남, 강원, 인천, 충남으로까지 확산세가 이어지며 전국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럼피스킨병은 주로 모기나 침파리 등 흡혈 곤충이 소나 물소 등에게 옮기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럼피스킨병에 걸린 소는 피부 결절이 생기고 우유 생산량 급감, 과도한 침 흘림과 유산, 일시적·영구적 수소의 불임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신종 외래 질병인 럼피스킨병, 수포성구내염, 돼지수포병 등에 대한 예찰을 강화했지만,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럼피스킨병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발견됐다. 방역 당국은 9월 중 럼피스키병이 발생한 중국 등에서 흡혈 곤충이 바람이나 선박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에 확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럼피스킨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럼피스킨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오는 31일까지 총 400만두분의 백신을 국내로 긴급 도입한다. 127만두분을 28일까지 도입하고, 잔여분 273만두분은 31일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11월 초까지 전국 모든 소 농장에 대한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는 약 3주가 걸린다. 현재까지의 발생 추세와 항체 형성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당분간 추가 확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럼피스킨병 차단을 위해 24시간 ‘럼피스킨병 방역 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한우 씨수소 등이 있는 농협 가축개량원의 소 3373두에 대한 백신접종을 진행했다.

정부는 럼피스킨병이 발생하는 즉시 해당 농장의 소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까지 럼피스킨병에 걸린 소가 2694두라고 밝혔다. 정부는 럼피스킨병 발생 관련 농가에 살처분 보상금을 100% 지급할 방침이다. 백신의 효력이 생기는 3주 뒤부터는 살처분 범위를 축소할 예정이다.

이달 24일 충북 증평군의 한 축산 농가에서 농장주가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졌던 한우 가격도 이번 럼피스킨병 발발로 다시 자극받는 모양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한우 평균 도매가는 24일 기준 ㎏당 2만53원으로, 럼피스킨병 발생 이전인 지난 19일(1만7929원)보다 11.8% 올랐다.

한우 도매가가 2만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이다. 지난 5월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 조치가 강화되자 한우 1등급 도매가격이 열흘 만에 약 9% 오르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일시적인 수급 불안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봤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이날 방역 상황 브리핑에서 “이동 중지 기간에 도축장으로 출하돼야 할 소가 단기적으로 출하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며 “단기적으로 공급량이 조금 줄어드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 제한이 해제되면 도매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감염된 소는 모두 살처분돼 식품 유통망으로 들어오지 못해 소고기와 우유 소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제역에 이어 럼피스킨병까지 발병하며 한우 수출길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어 한우 수출에 박차를 가하려고 했지만 같은 달 구제역이 발생해 청정국 지위를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 럼피스킨병까지 발병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이나 럼피스킨병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경우 한우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말레이시아로 수출하는 한우의 경우 강원 홍천에서 작업을 하는데, 아직 럼피스킨병이 발생하지 않아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