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 분쟁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유가 급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전 세계가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뉴욕에서 8일 각각 열린 친이스라엘 시위와 친팔레스타인 시위/EPA연합뉴스

9일 국제금융센터의 오정석 전문위원, 안남기 종합기획분석실장은 “과거 분쟁에서는 단기전 사례가 많고, 영향도 제한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이례적인 측면이 많아 어떻게 전개될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에 로켓 2500발을 공격했고, 분리 장벽을 파괴해 이스라엘에 침투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 개시됐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8일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통치 역량을 파괴한다는 안보 내각의 결정을 승인하고 전쟁을 선포하며 ‘철의 검’ 작전을 시작했다.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지역인 골란고원 점령지를 폭격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이집트로도 번지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경찰관이 이스라엘 관광객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신(新)중동전쟁 수준의 충돌을 두고, 서방과 중동국 간 입장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더 큰 충돌을 막아야 한다며 양측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사우디, 이란 등 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의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정책은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고 비난한다.

이번 무력 충돌의 표면적 이유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이 거론된다. 강경우파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차별 정책 등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가 간 복잡한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화해 전략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사우디를 설득해 사우디에 대한 상호방위조약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란의 견제 의도도 거론된다. 이란은 적대관계인 사우디와 지난 3월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미국과도 접촉을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니파 주도의 중동 질서 변화에 반발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해석이다.

향후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의 단기 대규모 공격 후 휴전,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전면 공격 및 점령, 중동 다수 국가 간 분쟁으로의 확전 등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례적인 하마스의 공격,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 등 강도 높은 보복 천명, 다른 나라의 시아파 무장정파(헤즈볼라, 후디)의 가세, 중동지역 화해모드에서의 발생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 항뱡은 매우 불확실하다.

만약 네타냐후 정부의 초기 공격적인 태세에도 이스라엘 정정 불안, 중동 화해를 추진하는 미국의 강도 높은 충돌 종식 압박, 다른 중동국 반발 등을 고려하면 단기 대규모 공격 이후 휴전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과거 이스라엘 국민 피해 시 보복 성향, 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 단체들의 개입 확대, 이스라엘의 배후국 추정 아래 이란 공격 등이 이어질 경우 충돌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전쟁 양상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서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어서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개입하거나 원유생산 시설 및 수송로가 침해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며 “세계 경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어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동 화해 무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위해 진행 중이었던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사우디-이란 화해 등의 움직임이 이번 사태로 인해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