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는 노동경제학 권위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국내에 있는 유일한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전형적인 노동경제학자와 달리 경제사와 노동경제학을 결합해 역사학적 관점에서 남녀 간 경제활동 변화를 연구한 분”이라면서 “그간 경제학계에서 비주류였던 여성 노동 분야를 개척한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연구자”라고 평가했다.

2013년 하바드대학교 졸업식 당시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왼쪽)와 황지수 서울대 교수(오른쪽)./황지수 교수 제공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각) 골딘 교수를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골딘 교수는 여성 노동 시장 참여에 대한 이해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수상자이기도 하다.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골딘 교수를 “그간 연구가 더뎠던데다 비주류로 분류됐던 여성 노동 분야를 개척한 분”이라면서“여성이 소수인 미국 경제학계에서 단연 ‘리더’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골딘 교수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가 됐고 전미경제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골딘 교수의 주요 저서로는 ‘젠더 갭의 이해: 미국 여성 경제사’, ‘결정적 순간: 대공황과 20세기 미국 경제’ 등이 있다. 특히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직업, 가정을 둘 다 성취하기 위해 분투한 미국 대졸 여성의 노동을 추적한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황지수 교수는 2021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3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는데, 당시 논문지도 교수가 골딘 교수였다. 황 교수도 골딘 교수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남녀 경제활동 간 차이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황 교수는 처음 골딘 교수를 찾아갔을 때를 회고하며 “우리나라의 결혼 시장에 대한 연구를 하고자 조언을 들으러 갔는데, 우리나라 사회 구조에 대해 금방 근본을 꿰뚫고, 재밌어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라면서 “연구자로서 성장시켜 준 교수님이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했다.

황 교수는 골딘 교수에 대해 “깐깐하지만, 매우 인간적이고 카리스마도 있는 분”이라면서 “여성 후배, 제자들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많이 하신 ‘롤모델’인 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