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미국 정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 한국산 철강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관보를 통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상계관세란 수출국 정부가 자국 수출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했을 때 수입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지난 2월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 상무부는 최종 판정을 내리기 전인 지난 8월께 한전에 실사팀을 보내 국내 전기요금의 원가와 판매가격 동향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업계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예비 판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업계는 상계관세가 1%대로 낮은 편이어서 이번 결정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 물량도 약 4만t가량으로 이 회사 전체 후판 생산량 200만t의 2%에 그친다. 동국제강도 연간 대미 후판 수출량은 1만t 수준이어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전기요금과 관련한 상계관세는 약 0.5%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한국의 싼 전기요금을 ‘보조금’으로 공식 규정한 상황에서 향후 유사한 일이 이어지면서 통상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h)당 95.6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5달러에 못 미쳤다.

한국전력이 전기를 팔아 정상적인 수익을 내지 못할 수준의 전기요금이 계속 유지되면 통상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은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고 총부채는 약 200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제철은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추가 대응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