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서 고생하고도 수확 때까지 수익이 없으면 누가 농사일에 뛰어들겠습니까. 젊은이나 은퇴자도 ‘월급쟁이 농부’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괌, 베트남 등에도 원료 공급부터 스마트팜 큐브 수출, 유통 시스템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출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박향진(54) 드림팜 대표이사

지난달 20일 경남 진주 정촌면. 드림팜의 복합형 큐브동 문을 여니 고추냉이(와사비)들이 빼곡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밀려오는 풋내 끝에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향이 났다. 큐브동 안은 온도 18.9도, 습도 88.3%로 유지돼 서늘한 공기가 맴돌았다.

작물들이 자라는 ‘스마트팜 큐브’는 드림팜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스마트팜 시설이다. 폭 3m, 높이 3m, 길이 8.5m 규모다. 스마트팜 큐브는 폐쇄된 공간 내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다양한 시설로 환경을 제어해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곳에서도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드림팜이 스마트팜으로 길러내는 주력 품목은 고추냉이다. 고추냉이는 저온 작물로 물이 흐르는 곳에서 자라는 작물이다. 자연에서 물이 흐르면서도 일정하게 낮은 온도를 유지해 작물을 기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스마트팜에서는 온습도를 조절해 연중무휴 키울 수 있다.

드림팜은 스마트팜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매달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모종 제공부터 시장 유통까지 ‘원스톱’ 수익구조를 설계했다. 마치 프랜차이즈 업주들이 본사에서 재료를 받고 일을 해 돈을 벌듯이 농민은 큐브팜에서 농사를 지으면 드림팜이 유통업체를 통해 작물을 판매하도록 연계해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드림팜은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드림팜은 사막이 많고 기온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에 154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 수출 계약을 따냈다. 남아프리카, 카타르, 베트남 등에도 스마트팜 큐브를 수출했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정촌면 드림팜의 복합형 큐브동에서 재배 중인 고추냉이 모습. /진주=김민정 기자

◇ 계절 타는 ‘저온성 작물’에 주력한 드림팜

드림팜은 2007년 새송이버섯을 키우던 농가로 시작했다. 레드 오션 시장에 뛰어든 박 대표는 사업 실패의 쓴맛을 본 뒤 2012년부터 스마트팜을 활용해 새싹삼을 기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팜 기술 구축을 위해 경주 바이오진흥원이나 경상대학교 등에서 기술적 도움을 구했다. 이후 새싹삼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배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스마트팜 큐브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으로 확장했다. 드림팜은 2019년부터 투자를 받기 시작하며 회사 규모를 키웠다.

드림팜이 판매하는 큐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빛을 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새싹삼, 새싹도라지 등 약용작물을 기르는 인공광형 큐브와 천장이 열리고 햇빛을 직접 쐴 수 있도록 만든 복합형 큐브다. 복합형 큐브에서는 고추냉이, 로메인 상추, 청경채, 미니당근, 바질 등 엽채류를 기른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정촌면 드림팜의 복합형 큐브(왼쪽)와 인공광형 큐브가 놓여 있다. /진주=김민정 기자

스마트팜 1위 국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시설은 주로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 작물을 기르는 기술에 주력하지만, 드림팜은 저온성 작물을 기르는 기술에 특화돼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스마트팜은 네덜란드 기술을 들여온 게 대부분”이라며 “네덜란드는 기온이 온도를 일정하게 올리는 기술을 위주로 쓰지만, 중동은 날씨가 뜨거워 같은 기술을 접목하면 작물이 다 타버린다”고 말했다.

드림팜은 저온성 작물들을 주력 품목으로 내세운다. 낮은 온도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작물로는 루콜라, 로메인 등 고급 채소들이 있다. 고추냉이 같은 경우 15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해야 자라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원 일부에서 수확되고, 해발 4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4~5월쯤 잠시 재배된다. 스마트팜에서는 사시사철 수확할 수 있다.

드림팜은 고추냉이 뿌리와 고추냉이잎을 따로 재배한다. 고추냉이잎의 경우 장아찌로 만들어 판매한다. 명이나물과 비슷하면서도 매콤한 고추냉이 맛이 나 고기에 싸 먹는 용도로 판매가 된다고 한다.

박향진 드림팜 대표이사가 스마트팜 큐브에서 재배 중인 새싹삼을 살피고 있다. /드림팜 제공

◇ 해외에서도 환호하는 ‘원스톱’ 구조… 올해 1570억원 수출고

박 대표는 스마트팜에서 기르는 작물들은 노지 작물과 경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제철에 다량 수확되는 노지 작물과 경쟁하면 가격에서 이길 수가 없다”라며 “스마트팜 큐브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은 계절이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선택한 작물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드림팜은 채소 200여 종을 최적의 환경에서 재배하는 방법을 데이터로 구축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농가에 재배 방식을 교육한다. 농가에서 기른 고추냉이나 새싹삼 등을 수매해 선별하고 자체 유통 플랫폼인 ‘아삼정’을 통해 작물을 판매하는 일까지 맡는다.

박 대표는 “작물 선택부터 판매까지 원스톱 구조여서 청년이나 은퇴자 등 농사 초보자들도 판로 개척의 고민 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라며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원격으로 물을 주거나 온도를 조정해 일반적인 농사일보다 덜 힘들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드림팜은 수출할 때도 원스톱 구조를 강조한다. 드림팜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팜 시설 구축을 위해 현지 투자사 알파리스 스타트스와 1억2000만달러(1540억원) 규모의 시설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약 1만평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드림팜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유통합작회사도 만든다. 원료를 공급하고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뒤 가공, 유통까지 한 번에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사업 구조다. 박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스마트팜 큐브 수출과 더불어 생산, 유통, 가공, 판매까지 모두 책임져 주길 바랐다”라며 “3년 전부터 시장 조사를 시작하며 준비한 만큼 현지 사정을 고려한 유통회사 구축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쓴 뒤 스마트팜 인기가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도가 올라갔는데, 나라별로 농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다양했다. 다양한 국가들이 저마다 안고 있는 애로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스마트팜이 떠오르면서 드림팜도 수출에 힘이 실렸다.

드림팜은 올해 스마트팜 큐브 수출 계약을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타르 등과 맺었다. 계약 금액은 총 1570억원 규모다. 동남아시아 사업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드림팜 아시아본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화산 지형인 하와이나 괌의 경우 토양이 산성이고 물이 쉽게 빠져 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괌과 스마트팜 큐브 수출을 협의 중인데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에 수출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