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경제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수출이 빠르게 회복하지 않으면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담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상저하고 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기회복 모멘텀 확보 절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한 데 대해 “수입 감소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사실상 역성장”이라고 평가했다.

부문별로 민간소비(-0.1%), 건설투자(-0.3%), 설비투자(-0.2%), 수출(-1.8%) 등 모든 수요 부문이 감소했지만, 수입(-4.2%) 감소폭이 이를 상회하면서 역성장을 방어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비 침체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큰 폭으로 수요가 감소했다고 봤다. 지난 7월 소매판매 전월비 증가율은 -3.2%로 코로나 경제 위기가 시작된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침체를 기록했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하면서 지난 7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9% 감소했다. 1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향후 건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건설수주액도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55.3%나 감소했다. 이는 12년 9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고용과 관련해선 “7월 신규취업자가 전년동월비 21만1000명으로 29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증가 폭은 축소되고 있다”며 “주력 산업(제조업 및 건설업) 및 핵심 연령층(25~49세) 취업자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올해 1월 99.3을 저점으로 5월까지 반등하다가 6월부터 다시 하락하면서 경기 저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향후 한국 경제의 경기 향방을 결정할 요인으로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 또는 경착륙 가능성 ▲중국 시장의 유동성 함정 지속 ▲고물가에 따른 가계 구매력 약화를 꼽았다.

이어 “2023년 3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차 약화하고 수출 경기의 회복이 어려울 경우 ‘L자형’의 장기 침체 시나리오(상저하저)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과 ‘재정건전성 확보’의 중장기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며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중국 이외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