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평촌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재정비 사업을 앞두고 정부가 ‘고밀개발’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기존 200% 안팎이던 신도시의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는 것이 예고된 가운데 고밀 주거단지가 들어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거단지 고밀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을 시작했다. 노후주택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수요가 늘면서 고밀개발에 따른 정주 환경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빽빽한 아파트 숲이 펼쳐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들이 담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때 같은 용적률로 짓더라도 건폐율을 낮춰 녹지를 확보하도록 하고, 동 간격을 넓혀 바람길을 내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주거동 배치와 공개 녹지 조성 등에 대한 기준도 제시된다. 건축물 형태나 배치 등에 따른 일조, 조망 역시 가이드라인 대상이다.

고밀개발 가이드라인은 1기 신도시에 처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닭장 아파트를 만들지 않기 위한 요소들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에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주는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연내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특별정비구역 지정 시 재건축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

이에 따라 1998년 주택 200만가구 건설 계획으로 조성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재개발·재건축 과정을 거치면 가구 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특별법 적용으로 더 많이 늘어날 경우 과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꼭 필요하다.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분당이 184%, 일산이 169% 수준이다. 평촌은 204%, 산본은 205%다. 이곳에 용적률 500%를 적용하면 기존 20층짜리 아파트의 2배인 40층 이상으로 높여 지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8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김병욱 국회의 등과 함께 성남시 분당구 샛별마을 아파트를 방문해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리모델링보다 가구 수가 더 늘어나는 재건축 선호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1기 신도시 곳곳에서 추진되던 리모델링 사업은 이미 재건축 기대감으로 주춤한 상태다. 예를 들어 평촌 리모델링연합회는 2021년 총 27개 단지로 출범했지만 은하수마을청구아파트와 샘마을대우·한양아파트가 탈퇴하면서 참여 단지가 25개로 줄었다.

특별법엔 1기 신도시를 비롯해 택지 조성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지역에 재정비와 관련한 규제를 상당 부분 풀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용도지역을 여건에 따라 변경할 수 있고, 용적률과 건폐율 등 규제도 완화 적용되는 등 특례가 부여되는 만큼 앞으로 고밀개발 되는 단지들이 잇따를 전망이다.

고밀단지 개발에 따라 도로나 상하수도, 공원, 공용주차장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인구 증가에 따른 학교, 의료 시설 등 인프라도 고민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들어서는 곳이 많아 인구가 더 늘어나더라도 교통 시설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면서 “다만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면 기반 시설 확충이 필수적인데 도로나 상수도 등을 크게 늘리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