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내내 부진한 흐름을 보인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정부 전망대로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까지 부진하고 하반기부터 살아나는 것)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KDI는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 폭이 3월 이후 지속해서 축소하는 가운데 수출 물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연구원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피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간한 ‘2023년 7월 경제 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나,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 전월 분석에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KDI는 제조업 경기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 감소 폭을 축소하며 부진을 털어내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KDI는 “반도체는 3월 이후 생산 감소 폭이 지속해서 축소하는 가운데 수출 물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아울러 자동차의 높은 생산 증가세가 이어지고 화학제품과 전자부품의 부진도 완화했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88억96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0% 감소한 수치이긴 하나 올해 들어서는 가장 양호한 실적이다. 앞서 4월과 5월 반도체 수출액은 각각 63억7900만달러, 73억6700만달러였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에서 7월 반도체 업황 전망 지수는 119로 전월(80) 대비 39포인트 높아졌다. 반도체 업황 전망 지수가 기준선 100을 웃돈 건 작년 6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PSI는 100(전월과 비교해 변화 없음)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업황이 개선됐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는 뜻이다.

KDI는 제조업 부진 완화와 더불어 서비스업의 완만한 증가세도 이어졌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고용 여건도 양호한 흐름이다. KDI는 “비(非)제조업 업황 전망과 소비자심리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며 장기평균을 상회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 축소로 크게 하락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로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건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하향 안정화의 주된 배경이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25.4%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하락 폭이다.

KDI는 “다만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했다. 지난달 중국의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전월(50.9)보다 떨어졌다. 3개월 연속 하락이다. 차이신 싱크탱크의 왕저 선임 연구원은 중국 경제에 대해 “성장 동력이 부족하고 수요는 약하며, 고용 시장은 어려워지는 데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