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나타내는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이달까지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도 약 1년 만에 ‘낙관적’으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외출과 여행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난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소폭 둔화한 영향이 컸다. 이달 들어 수출 한파가 누그러지면서 무역수지가 적자 기조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소비자심리지수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 주택가격전망, 1년 만에 100 넘어…“집값 상승한다” 전망 늘어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전월(92) 대비 8포인트(p) 올랐다. 이는 2022년 5월(111)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뜻이고, 낮으면 집값이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단 의미다.

서울 중구 남산 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도심 속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저금리 기조 속에서 집값이 치솟기 시작한 2020년 6월 이후 꾸준히 100을 웃돌았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2월부터 10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뛰자 주택거래가 위축되면서 집값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계속 100을 하회한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61)에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로 돌아섰고, 7개월 연속 올라 이달 100에 도달했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전국 주택가격 하락폭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6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0.01% 올랐다.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아파트, 연립·단독주택을 포함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0.22% 내렸지만, 하락폭은 5개월째 줄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주택가격전망지수가 다음달까지 상승세를 이어갈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황 팀장은 “최근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했고, 전세가격 하락 우려도 여전한 데다 경기도 호전되지 않은 상황이라 지수 추가 상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는 모습. /뉴스1

◇ 물가 둔화·소비 회복에 소비자심리지수도 ‘낙관적’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0.7로 전월 대비 2.7%p 상승했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올라 13개월 만에 100을 돌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기준값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현재 경제 상황을 낙관적이라고 보는 가계가 그렇지 못한 가계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 완화 기대, 대면 활동 확대에 따른 소비 회복 흐름, 최근 물가상승세 둔화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는 ‘수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고,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비도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소비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말에 발표될 6월 무역수지는 균형에 가깝게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며, 흑자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3%로 3%대로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동일한 3.5%를 유지했다. 황 팀장은 “외식, 개인서비스 물가가 아직 높은 데다, 지난달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앞으로 택시, 버스, 지하철 공공요금 인상 예고가 나오고 있어 체감물가가 높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