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높을수록 실업률도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대학교 이상 졸업자의 실업률이 낮았는데 최근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교 졸업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되레 줄며 일자리 미스매치(부조화)가 일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중학교 졸업 이하의 실업률은 2.1%, 고등학교 졸업은 2.6%, 대학교 졸업 이상은 2.9%로 각각 집계됐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교육 정도별 실업률은 지난 3월부터 역전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고등학교 졸업 실업률은 대학 졸업 이상 실업률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난 3월 고등학교 졸업 실업률(2.8%)보다 대학 졸업 이상 실업률이 3.1%로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 뒤로 대학 졸업 이상의 실업률이 더 높은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은 대학교 졸업 이상의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가 감소한 것을 꼽는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5월 1년 전보다 3만9000명 줄었다. 지난 4월(9만7000명 감소)보다는 감소 폭을 줄였지만,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기업 채용 시장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 중 올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45.2%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변한 기업의 비중이 4.3%(2022년)에서 24.6%로 크게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8년 반도체 경기가 좋을 당시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양질의 일자리가 많았다”면서 “지난해부터 반도체 등 일부 주력산업 경기에 먹구름이 끼면서 대졸자들이 선호할 만한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이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학력이 높을수록 실업자가 늘고 실업률이 치솟는 또 다른 이유로 학력 인플레이션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도 거론된다. 대학교 졸업자가 과거보다 계속 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아 눈높이가 맞지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겼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학교 졸업자가 많아지면서 실업률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내놓을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으로 갈수록 청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많아진다는 것은 선행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라며 “기업이 투자하는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이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법인세 감면이나 투자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