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과 바닷길이 열리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었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단체 관광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 외에도 일본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는 1980년 1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크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해외여행 재개로 여행수지 적자가 커진 여파다. 여행수지 적자는 1년 전(5억5000만달러)의 약 3배 가까이인 14억9000만달러로 불어있는 상태다.

경상수지는 국가 대외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져 외환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보다 더 많은 해외 여행객을 유치해야 한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연합뉴스

한국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세계 관광 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한은은 3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며 외식·숙박 등 대면서비스업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중국 노동절 연휴가 있는데, 이 시기에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한국을 단체 여행 가능지역에서 배제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개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은 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들을 단체관광 가능 국가로 지정했다. 40개국이 포함된 2차 명단에서도 한국이 제외됐다.

정부는 이달 초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 의무를 해제하면서 방역 강화 조치를 서로 해제했다. 비자 발급도 양국 모두 정상화했지만, 단체관광 허용 국가에선 제외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00만명으로 전체 방한 관광객(약 1750만명)의 34.4%를 차지했다. 그러나 단체관광이 부분적으로 풀리면서 중국 관광객들의 해외여행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 국가이민국에 따르면 해외 단체 여행 재개 첫 날인 지난달 6일 출입국 인원수는 67만6000명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30%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월 한국에 입국한 관광객(43만4429명) 중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6만6900명(15.26%)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하면 5657.3%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는 주로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늘리기 위해 비자 절차를 간소화하고, K팝을 활용한 이벤트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과 교류를 늘리기 위해 항공편 증편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는 지역별 축제와 쇼핑·할인 행사 개최, 소비쿠폰 연계 발행 등도 검토될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 유치와 동시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을 국내로 눈 돌릴 수 있게 하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내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면서 K컬처를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모색해야 경상수지 적자를 메울 수 있다”면서 “중국의 단체관광 규제가 풀리고, 엔저(엔화 가치 약세)가 반전돼야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입국할 것으로 보여 경상수지 적자 개선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