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반려견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동물병원을 가벼운 질병을 치료하는 1차 병원과 중대한 병을 다루는 2차 병원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안과·치과·노령견 암센터’ 등 분야별 동물 전문병원을 여는 것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지금은 수의사 자격증을 따면 누구나 분야별 전문병원 표식을 걸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경우에만 간판을 걸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이 담긴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이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동물의료개선 전담반(TF)’은 지난 15일 첫 회의를 열었고, 올해 10월쯤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일반 동물병원과 MRI(자기공명영상) 등 장비가 있는 동물병원을 각각 1·2차 동물병원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수의사법 등 관련 법령에는 수술실 유무나 진료과목 등에 따라 동물병원을 구분·분류하는 법적 기준이 없다.

TF는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경우를 두고 1·2차 동물병원을 구분할 경우 일반적으로 하는 수술인 중성화 수술 등이 구분 기준에 걸린다는 점 등 애매한 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차 동물병원에서 진료받고 중대한 병의 경우 2차 동물병원으로 넘기는 의료 전달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 중”이라며 “사람과 동물의료는 다른 차원이 있어 1·2차 동물병원으로 나누는 것이 적합한 의료 체계 방식인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진료 과목별 전문병원 도입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과, 치과, 노령견 암센터, 정형외과와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 전문병원 등이 검토 대상이다. 지금은 수의사 자격증이 있으면 누구나 ‘안과 전문병원’이라는 간판을 붙일 수 있다.

안과의 경우 강아지 백내장 수술을 할 경우 한쪽 눈당 300만원 안팎의 병원비를 내야 한다. 양쪽 눈 수술엔 6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비용이 상당하고, 기술력이 필요한 수술이기 때문에 간판에 ‘안과 전문병원’을 걸고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상당수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수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안과 분야를 졸업하는 경우 자격증을 발급하고, 그 경우에만 진료과목을 명시하는 방식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 예정이다. 수의사 업계도 전문병원 도입이 되면 의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성북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반료동물을 진찰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반려동물 공약인 표준수가제 도입에도 박차를 가한다. 표준수가제는 진료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표준수가제 도입을 위해 주요 진료 항목 100개를 골라 내년까지 표준화를 추진한다. 동물병원별 진료 항목을 표준화해 진료비 차이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정부가 반려동물 진료비 관련 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기를 정도로 반려인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진행한 ‘2022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5000명 중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사람은 1272명(25.4%)으로 집계됐다. 동물 1마리를 기르는데 월평균 약 15만원이 들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약 3만원 증가한 수치다. 최근 1년 이내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이용 경험으로는 동물병원이 71.8%(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병원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동물병원 진료 투명성 강화, 동물의료 서비스 품질 개선, 동물의료 지원 인프라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송남근 농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동물의료 서비스 수요는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질은 반려인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TF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수요와 현장에 기반한 동물의료 서비스 정책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