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고등어. /연합뉴스

지난 21일 세종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박민지(38)씨는 국산 냉장 고등어를 집었다가 내렸다. 1마리에 6000원, 보통 3000~4000원이면 살 수 있던 고등어의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자 쉽사리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었다. 박씨는 냉동고에 있던 냉동 고등어 손질 상품을 대신 집었다. 할인행사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맛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냉동 제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장을 보던 김영미(55)씨는 국산 고등어 생물 2마리를 1만원에 샀다. 김 씨는 “작년에는 만원이면 굵직한 건 3마리, 좀 작으면 4마리를 살 수 있었다”면서 “가족이 생선을 즐겨 먹는데, 요즘 생선 값이 부쩍 뛰어 가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22일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내산 냉장 고등어 1마리의 가격은 59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가격(3200원) 대비 8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작년말까지 4000원대선에 거래되던 국산 고등어 가격은 올해 1월 5000원대를 넘어서더니 이제는 60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수입산 고등어의 가격도 함께 뛰었다. 최근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1kg의 가격은 1만4000원대로 예년보다 50%가량 올랐다. 지난 17일 기준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작년 하반기 평균 수입가격은 1kg에 2.4달러로 전년 평균 가격(2달러)보다 20%가량 비싸졌다. 시장 가격은 수입 가격 상승율을 크게 상회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고등어는 전년동월대비 물가가 13.5% 상승하며 주요 등락 농축수산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민생 안정을 위해 고등어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관세율 10%→0%)하며 공급가격 인하 조치를 취했지만 소매가 급등은 막지 못했다. 유통업계에선 국산 고등어 어획량이 감소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중소형 크기만 잡히는 상황을 이용해 수입업자들이 공급가 인상에 나선 게 고등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등어 비상… 그물엔 ‘잔챙이’만 가득

최근 한반도에 ‘고등어 비상’이 걸렸다. 고등어의 절대적인 어획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중대형 사이즈의 씨가 말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고등어 어획량은 10만8351톤을 기록했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어획량(10만8766톤)보다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2년 전 같은 기간(6만7019톤), 3년 전 같은 기간(8만4642톤)보다는 많은 양이 잡혔다.

문제는 어획량 중 상품성 있는 중대형 크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반도 연근해에서 잡힌 고등어 중 중량이 300g이 넘는 중대형 사이즈의 비중이 10%도 안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고등어 중 300g이 넘는 중·대형어의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어선이 잡아온 고등어는 대부분 가공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이는 ‘잔챙이’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한반도 연근해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면서 “고등어의 경우 중대형 어종이 예년보다 적게 잡히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남평영어조합법인 직원들이 가두리 양식장에 참다랑어 먹이로 고등어 수십 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중소형 크기의 고등어는 이처럼 사료용으로 쓰인다. /조선일보DB

◇ “국산 공급 없을 것”… 외국산 고등어값 올리는 수입·유통사

국산 고등어의 빈자리는 수입산 고등어가 대체하고 있다. 2018년 3만6000t이 수입되던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지난해 4만9000t이 수입됐다. 4년 새 수입량이 36% 증가했다. 이 기간 고등어 수입 가격은 1kg당 1.69달러에서 2.36달러로 39.6% 올랐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어획비용·운송비용 증가가 수입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해수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시장가격 상승폭이 수입가격 상승폭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 어획량 감소와 중대형 품귀 현상을 틈타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더 오르는 상황”이라며 “수입사부터 유통사까지 고등어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고등어 가격 안정을 위해 긴급할당관세 조치 2개월 연장했다. 일단 4월까지 수입 고등어 1만톤에 할당관세를 적용한 뒤, 물가 추이를 보고 5월까지 1만톤을 추가할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해수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수산물은 날이 따뜻해지는 5월부터는 수요가 급감한다”면서 ‘현재 공급 부족으로 고등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5월부터는 수요 감소로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