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가 2월 들어서도 20일까지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기간 무역 적자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배가량 늘어났다는 점이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은 30% 가까이 증가했는데, 주요 품목인 반도체와 주요 교역국인 중국 수출이 크게 위축한 영향이다. 그나마 자동차·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선방하며 무역수지 적자 폭 추가 확대를 저지했다.

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연합뉴스

◇ 반도체 수출 악화로 對 중국 수출도 위축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1~20일 무역수지는 59억87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2022년 2월 1~20일 무역수지는 18억3300만달러 적자였다. 1년 만에 무역 적자가 3.27배 확대된 것이다. 수출액이 335억4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하고, 수입액은 395억3600만달러로 9.3%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에너지 수입이 전체 수입액 증가를 주도하는 현상은 작년 이맘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올해 2월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달 1~20일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06억4800만달러로, 2022년 2월 1~20일의 82억5800만달러보다 28.9% 많았다. 특히 가스 수입액이 39억3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1% 급증했다.

그래픽=손민균

수입 부담이 더 커진 가운데 수출은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을 중심으로 위축 흐름을 지속했다. 반도체의 경우 이달 1~20일 수출액이 38억300만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억87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44%나 쪼그라든 것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에도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여파로 수출이 44.5%(48억1000만달러)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위축은 중국 수출 감소와 연결된다. 한국의 반도체 최대 수출 시장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산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40.3%에 달한다. 이달 1~20일 대중 수출은 66억6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2.7% 줄었다. 대중 수출액은 1월에도 91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1.4% 감소한 바 있다.

광주 서구 기아오토랜드에서 직원들이 완성차를 카캐리어에 싣고 있다. / 연합뉴스

◇ 車·석유제품 등 수출은 비교적 선방

자동차 수출이 그나마 버텨줬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2월 1~20일 승용차 수출액은 33억5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6% 늘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13억4500만달러로 같은 기간 22.5% 증가했다. 또 석유제품 수출도 31억1400만달러로 16.3% 늘어났다.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 2월 조업일수가 2일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 업종 수출 실적도 실제로는 부진할 수 있다.

정부는 수출 둔화가 상반기 내내 이어지다가 하반기부터 점차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요 개선의 동력이 될 글로벌 경기 회복이 하반기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반등이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주요 기관은 시차를 두고 반도체 등 수출 반등을 전망하고 있지만, 무역수지 개선 시기를 앞당기려면 대한민국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수출 유망품목 발굴, 시장 다변화, 서비스 수출 역량 강화 등 수출 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