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제재를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감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독과점 이슈뿐 아니라, 갑질·담합 등 공정위의 플랫폼 관련 조사가 매우 치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공정위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카카오의 여타 계열사를 비롯해 플랫폼 시장 전반이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4일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콜(호출)을 몰아주는 등 우대했다며 시정명령과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자회사 가맹택시에게 콜을 몰아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플랫폼 지침 적용 후 심사 더 치밀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 제재 건은 지난달 시행된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적용한 1호 사건이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일반적인 독과점 남용행위 심사는 전통 산업들에 기준을 맞추다 보니, 온라인플랫폼의 성격에 맞게 특화·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심사지침은 최근 막 시행됐고 카카오모빌리티 사건은 작년 4월에 상정된 만큼, 직접적으로 심사지침이 원용됐다고 보긴 힘들다”면서도 “심사지침에서 주요하게 드러냈던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자사우대 행위의 지배력 전이,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 효과 간 비교 형량 등 쟁점 측면들이 모두 적용됐다. 간접적으로 고려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심사 실무자들은 심사지침이 없을 때와 비교해, 온라인플랫폼의 ‘시장 획정’을 더욱 치밀하게 따져볼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 획정은 독과점이냐를 따질 때 필요한 기준이 되는 경쟁 시장의 구역을 나누는 것이다. 해당 기준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따질 수 있다. 온라인플랫폼의 다면적 특성 때문에 그간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시장 획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관련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건의 경우 ‘택시 가맹 서비스 시장’, ‘일반호출 시장’ 두 가지로 나누어 판단했다. 유 국장은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시장은 ‘택시 가맹 서비스 시장’으로, 이것이 역으로 다시 ‘일반호출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며 “해당 두 시장에 대한 관련 매출액을 모두 포함해 이번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는 모습.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졌다. /뉴스1

◇ 다음 타깃은?…조사 진행 중 플랫폼들 ‘긴장’

업계에선 ‘플랫폼 옥죄기’가 본격 시작된 상징적 사건으로 이번 제재를 바라본다. 특히 당사자인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공정위 제재 직후 10쪽에 이르는 자료를 내고 공정위 판단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제재 시작 격인 이번 사건에 대해 행정소송에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 같은 것이 읽혔다”며 “앞으로 공정위가 플랫폼 독과점 행위에 대해 강도 높게 엄단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정권에 있는 여타 플랫폼 업체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우선 현재 공정위 조사 중인 카카오 관련 사건만도 여럿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차단’ 의혹으로 또 다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사를 받고 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웹소설·웹툰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고 있다. 쿠팡의 알고리즘을 통한 자사우대 의혹을 비롯해,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담합 의혹 등도 아직 공정위에서 결론 나지 않은 플랫폼 관련 사건들이다.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감시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지배력 확장 우려가 큰 온라인플랫폼의 인수·합병(M&A)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플랫폼 분야를 따로 떼내어 담합 등 시장 반칙행위를 중점적으로 감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 내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한 데 이어, 이화령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을 경제분석과장으로 임명하는 등 부처 내 조직 정비 움직임도 이런 행보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