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승용차를 사적으로 쓰고도 업무용으로 썼다고 신고해 세금을 줄이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의 감시가 강화된다. 고소득 자영업자나 의사·변호사 등 고급 전문직 등에 제한됐던 업무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 의무가 매출 3억원 이상의 도소매업, 1억5000만원 이상의 숙박음식업 등 일반 개인사업자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조세포탈범의 명단 공개는 무기한에서 ‘5년 후 완납 시 제외’로 기간을 설정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탈세 방지를 위해 거짓 진술이나 직무집행 거부나 기피 시 최대로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를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등 조세회피 관리를 강화하기로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은 조세회피 관리 강화와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 등을 위해 이같은 내용들을 규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통과한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 사항을 시행령으로써 담은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초고가 수입차 매장. /뉴스1

◇ 조세회피 목적 거짓 진술 행위, 과태료 최대 5000만원

우선 개인사업자의 업무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 의무를 강화했다. 2024년부터 가입 대상이 기존 전문직 및 성실신고확인대상자(도소매 15억원 매출 이상 등 조건) 외에도 전체 복식부기의무자로 확대되는 것이다. 매출 3억원 이상 농림어업·도소매업, 1억5000만원 이상 제조업·숙박음식업, 7500만원 이상 부동산업·서비스업 등이 모두 보험 가입 의무 대상자다.

또 기존 업무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개인사업자의 두번째 업무차도 관련 비용의 50%를 세법에 따른 경비로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100%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했다.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사적 사용으로 처리되므로 소득세 등을 과세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직·성실신고확인대상자가 아닌 경우 시행 후 2024~2025년 2년간 50% 불산입이 적용된다.

조세 회피자의 명단 공개 기간을 설정해 관리를 강화하기로도 했다. 현재는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 위반자 명단 5년 공개를 제외하고는 명단 공개 기간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앞으로는 조세포탈범의 경우 5년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상습적 포탈자거나 면세유부정유통자 등은 10년 공개하기로 예외를 뒀고,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와 가공·허위세금계산서 발급자는 각각 3년, 5년 공개하기로 기한을 뒀다. 무기한 명단 공개로 인한 지나친 권익 침해를 방지하는 한편,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조세 회피를 위한 거짓 진술이나 직무집행 거부·기피 행위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도 최대 상한선이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로 강화된다. 수입금액 200억원까지는 현행 과태료 금액을 유지하되, 이를 초과하면 100억원 단위로 1000만원씩 과태료 수준율을 인상해 최대 5000만원까지 부과하는 것이다.

지난 1월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새해를 맞아 여행을 떠나는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세법상 특수관계인에 ‘혼외자 생부·생모’ 포함

동시에 정부는 납세자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변화도 이번 시행령에서 구체화했다. 세법상 특수관계인 중 친족 범위와 관련해 혈족은 4촌 이내, 인척은 3촌 이내로 합리화하고, 그 외 ‘혼외자의 생부 또는 생모’를 추가했다.

최초 납부한 부가가치세의 변경이 있는 경우 세관장이 이미 발급한 수입세금계산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수정수입세금계산서’와 관련해, 발급 가능한 예외적인 사유를 인정한 종전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발급 제한 사유를 규정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했다. 발급 제한 사유로는 ‘납세자에게 분명한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와 ‘특수관계 과세자료 제출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등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신설한 매입자 발행계산서는 발행의 대상과 방법을 구체화했다. 이는 면세재화 공급자가 부도·폐업 등 사유로 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경우, 매입자가 관할 세무서 확인을 받아 직접 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건당 공급가액 5만원 이상이 발행 대상이며, 과세 연도 종료일부터 6개월 내 매입자가 공급자 관할세무서에서 거래 사실 확인 신청을 하면 되는 식이다.

신속 통관과 여행자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서 여행자 휴대품 통관 시 간이세율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그간에는 합산총액 1000달러 이하 물품에 대해 단일 간이세율이 20% 붙고, 1000달러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해선 20~55%의 물품별 간이세율이 붙었는데, 단일 간이세율을 폐지하고 품목별 간이세율을 15~21%로 낮췄다.

기부금 단체인 공익법인은 매 사업연도 종료일 4개월 이내 기부금 모금·활용실적이나 전용계좌 개설·사용 등 이행 여부를 국세청에 보고해야 하는데, 기부금 모금 실적이 없는 어린이집·유치원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역사·학술·예술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상속세 물납제도와 관련해선, 그 대상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물납을 요청하는 문화재·미술품’으로 정의했으며, 이때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상 지정·등록된 유형문화재 또는 민속문화재, 미술품은 회화·판화·조각·공예·서예 등을 일컫는다. 물납 신청을 받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이 문체부 평가 등을 거쳐 상속세 결정 기한까지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통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