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에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려도 성장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여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한국은행은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2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 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지출 성장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는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절모를 쓴 두 노인이 손을 꼭 붙잡고 서로를 의지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 뉴스1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호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주요국에서 급격한 경기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 지출이 집행되면서 위기에 대응한 재정 정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기존 연구의 방법론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재정충격을 백터자기회귀모형(VAR)을 활용해 식별한 뒤 재정지출 성장효과에 대한 인구 고령화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고령층 인구 비중이 1%포인트(p) 증가하면 식별된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5.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실시한 기존 연구의 결과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나아가 보고서는 인구 고령화가 노동공급 감소, 고용의 질 악화, 소비성향 둔화 등의 파급 경로를 통해 재정 정책의 성장효과를 약화시킨다고 평가했다.

실제 모형분석에 따르면 노동공급이 적고, 고용의 질이 낮으며, 소비성향이 약화된 고령층 가계의 비중이 1%p 증가하면 정부 재정지출의 2년후 누적 재정승수가 0.78에서 0.73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승수란 정부의 재정지출이 GDP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일례로 승수가 0.1인 경우 재정지출이 100억원 늘어나면 GDP는 10억원 증가한다.

이재호 과장은 “고령화 시대에는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마저 약화될 것

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여력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향후 위기에 대응 가능한 재정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재정집행을 통해 경기안정화를 위한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