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째 이어지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총파업)로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국가 핵심 산업의 출하 차질 규모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아직 발동되지 않은 정유·철강·석유화학 등의 분야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이번 주 중에라도 업무개시명령을 선제적으로 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주유소 입구에 화물연대 파업 규탄 문구가 붙어있다.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주요 업종 피해 상황 점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파업 장기화로 그간 출하 차질에 국한됐던 피해가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열렸다.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운송거부 12일(11월 24일~12월 5일) 동안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5개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는 총 3조5000억원(잠정)으로 집계됐다. 이 중 철강·석유화학 분야는 출하 차질 누적에 따른 공장 내외 적재 공간의 부족으로 일부 업체의 경우 이르면 이번 주부터 감산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 분야에서는 6일 오전 8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가 85개소로 확인된다. 휘발유 68개소, 경유 9개소, 휘발유·경유 8개소 등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7개소, 경기 21개소, 인천 1개소, 강원 10개소, 충남 9개소, 충북 7개소, 대전 8개소, 전남 1개소, 전북 1개소 등이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멘트 분야는 운송사·차주의 운송 복귀가 늘어나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88% 수준까지 회복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별 피해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가 경제 위기가 우려되면 (시멘트 외 분야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발동할 수 있도록 제반 준비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창양 장관은 “국가 핵심 산업과 국민 생활에 밀접한 정유·철강·석유화학의 피해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하기 전에 이번 주 중에라도 선제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불법 행위에 관한 무관용·엄정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듯이 기업도 화물연대의 불법 행위에 묵인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정부에 도움을 적극 요청해달라”며 “무역협회 등에서 검토 중인 중소 화주의 손해배상 소송 지원 방안도 다른 협회·단체로 퍼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2월 5일 경북 포항시의 한 도로 갓길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며 지난달 24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 적정 운송료를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며 3년 한시로 도입한 제도다.

운송거부에 따른 경제 전반의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는 11월 29일 윤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지면 화물 차주는 명령서를 받은 다음 날 24시까지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30일간 면허정지(1차 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 처분)가 된다.

시멘트는 이번 총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유·철강 등 운송 차질이 발생한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국가 경제 위기 우려 시 업무개시명령 발동 절차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