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귤 품종인 하례조생, 미니향을 개발한 윤수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육종연구실장은 지난달 25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실장은 감귤연구소가 첫발을 뗀 1991년쯤인 1993년에 입사해 국산 귤 품종 개발을 연구한 ‘귤 외길’ 전문가다. 윤 실장은 하례조생 품종을 선발하면서 하루에 귤 한 박스를 먹고 손과 얼굴색이 황달에 걸린 사람처럼 노랗게 변하기도 했다고 한다.

궁천조생뿐만 아니라 조생귤보다 수확 시기가 늦고 과실이 큰 ‘만감류’인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도 모두 일본 품종이다. 일본 품종이 사실상 우리나라 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일본 귤 품종인 궁천조생은 지난 50년간 감귤 산업을 발전시킨 주력 품종이었다. 궁천조생을 대체할만한 신품종은 지난 30년간 없었다.

모든 계절을 통틀어 감귤은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년간 농축산물 1인당 소비량은 2020년 기준 감귤 12.6kg, 사과 8.1kg, 포도 4.3kg, 복숭아 3.6kg, 배 2.1kg 등이다. 그만큼 감귤 품종 국산화에 대한 열정은 커졌다.

지난달 25일 제주 서귀포시의 푸른농장에서 만난 윤수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육종연구실장. /제주=김민정 기자

지금까지 교배된 감귤들은 일본 종자와 교배된 품종이라면, 하례조생은 뼛속까지 토종이다. 국산 감귤품종 1호인 하례조생을 개발한 윤 실장은 “일본 감귤보다 경쟁력 있는 국산 감귤을 만들면서 재배법이나 유통 시스템도 구축해야 했다”면서 “하례조생이 현장에서 검증되고 농가의 선택을 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례조생 보급 면적은 묘목 보급으로 약 20만주, 200헥타르(ha) 수준이다. 확인되지 않는 묘목과 농가 자가 갱신 등 감안할 경우 500ha로 추정된다. 국산 품종 보급률은 최근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3.7%까지 올라섰다.

하례조생이 육성된 시기는 2004년이었지만, 농가가 직접 하례조생을 선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묘목을 심어 열매를 얻고, 해당 과실에 대해 분석해서 적당한 당도와 산미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품종을 출원한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농가별 적절한 재배법도 개발해야 하고, 신품종은 인지도가 없어 유통채널을 구축하는 일 등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푸른농장에서 재배한 하례조생의 당도가 15.6브릭스를 기록했다. /제주=김민정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푸른농장에서 하례조생이 재배되고 있다. /제주=김민정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에서 재배되는 하례조생. /제주=김민정 기자

소비자 선호도는 당도와 신맛에 의해 결정된다. 하례조생은 고당도임에도 신맛이 덜해 소비자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윤 실장은 “하례조생은 같은 시기 궁천조생보다 선호도가 높다”면서 “궁천조생과 비교해 착색과 성숙이 7~10일 정도 빠르다”고 했다.

국산 품종이 많이 생산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윤 실장은 “국산 품종은 우리 기후환경에 맞게 개량되는 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외국 품종을 도입할 때 로열티 부담도 경감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20년째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강창민 푸른농장 대표가 하례조생 품종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김민정 기자

20년째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강창민 푸른농장 대표는 하례조생 품종을 시작으로 재배 면적을 모두 국내산 육종 감귤 품종으로 채웠다. 강 대표가 심은 국산 귤 품종 재배면적은 시설 5445㎡(1650평), 노지 4620㎡(1400평)이다.

궁천조생을 심어 재배하던 강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하례조생을 들여 키우기 시작했다. 하례조생은 수세가 좋고 산도가 일찍 빠지는 게 특징이다. 고당도·고품질 수확이 가능해지면서 농가 소득도 늘었다. 궁천조생을 재배할 때는 kg당 3200원을 받았다면, 하례조생은 kg당 4300원을 받을 수 있어 농가소득이 35% 증가했다.

강 대표는 “궁천조생을 재배할 때보다 하례조생을 납품할 때 훨씬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과실이 크면 당도가 떨어지고 과육이 질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하례조생은 과육이 커도 달고 과육이 연하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에 전시된 하례조생, 윈터프린스, 미래향. /제주=김민정 기자

감귤연구소가 30년간 내놓은 국산 품종은 총 20가지다. 윈터프린스, 미니향, 탐나는봉 등이다. 껍질이 잘 벗겨지고 육질이 부드러운 윈터프린스와 탁구공만한 크기의 미니향, 한라봉 대체 품종인 탐나는봉, 달고 시고 쓴 맛이 어우러진 자몽을 대체할 수 있는 무봉 등이 개발됐다.

감귤연구소는 감귤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겔 생산과 식품·화장품 소재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감귤 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셀룰로오스 생산 균주로 화장품 개발에도 힘을 쓰고 있다. 감귤 바이오셀룰로오스를 이용한 화장품은 보습력과 밀착력이 강점이다. 농촌진흥청은 바이오셀룰로오스로 특허를 받고 5개를 기술이전 하는 데 성공했다. 감귤바이오겔을 함유한 화장품은 2014년 10종에서 2019년 25종으로 늘었다. 감귤바이오겔은 피부보호와 상처 치유용 소재 개발에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