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3조원이 납부되는 관리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관리비 공개대상을 현재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고, 원룸과 오피스텔 등 관리비 사각지대를 보완한다. 관리비리 근절을 위해 내부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고 관계부처와 지자체의 정기 합동점검을 실시한다.

24일 국토부는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다세대·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 공간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62.6%가 공동주택에 거주 중이다. 전 국민이 연간 공동주택 관리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23조원에 달한다. 게다가 통계청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비는 2019년 4.8%, 2020년 5.1%, 2021년 5.3%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관리비 정보 공개 의무가 없는 일부 관리주체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세부내역이 불투명한 ‘깜깜이 관리비’를 부과 및 징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 관리비리는 불필요한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져 고물가 등으로 어려운 서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주택 관리비리 유형은 입찰담합 등 유지보수공사 발주 비리(37.0%)와 관리비 횡령 등 회계비리(33.5%)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청년·사회초년생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오피스텔은 공적 관리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어 관리비리 발생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 ‘알 권리 확대’...50가구↑, 관리비 의무 공개대상

현행법상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까지 관리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50가구 이상 공동주택도 관리비를 공개해야 한다.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약 1127만48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50가구 이상~100가구 미만 공동주택에는 약 41만9600가구가 거주해 관리비 의무 공개대상에 적용되는 가구가 확대된다. 다만 관리비 의무 공개 대상에 신규 편입되는 50가구 이상~100가구 미만 공동주택은 관리주체 업무부담 경감과 이행률 제고를 위해 공개항목을 21개에서 13개로 간소화한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의무 공개대상도 150가구 이상에서 100가구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한 50가구 이상~150가구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집합건물법’ 개정으로 회계장부 작성·보관·공개 의무를 신설한다. 입주민의 자율적 관리비 검증도 강화할 방침이다,

K-apt의 관리정보 데이터는 네이버, KB, 직방 등 부동산 정보 관련 포털과 애플리케이션으로 공개범위를 확대한다. 현재 중앙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에서 관리비 관련 적정성 검토업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자체가 관할 지역의 공동주택 단지에 대해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관리비 공개 및 회계장부 작성·보관·공개 등 현행과 개선 공개범위. /국토교통부

◇ 원룸·오피스텔 사각지대…임대차 계약서에 ‘관리비 항목’ 추가

관리비 공개의무가 없는 원룸·50가구 미만 등 소규모 주택의 임차인에게도 관리비 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을 추가해 임대차 계약 시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관리비 관련 사항을 안내하도록 추진된다.

국토부는 50가구 이상 오피스텔 관리인에게 회계장부 작성·보관·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지자체장에게 회계 관련 감독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오피스텔 입주민이 관리비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집합건물 표준관리규약’에 관리비 세부 항목을 명시해야 한다.

관리비 분쟁 심의와 조정 활성화도 추진된다. 소규모 주택의 경우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상 관리비 관련 사항을 토대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심의·조정하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부동산원 및 시도에서 임대차계약의 이행, 계약 내용의 해석 등에 관한 분쟁을 심의·조정을 맡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앞으로 집합건물 표준관리규약에 명시될 관리비 항목을 토대로 분쟁 발생 시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가 심의·조정한다.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집합건물법’에 따라 시도에 설치돼 있고, 관리비의 징수·부과 등에 관한 분쟁을 심의·조정한다.

공동주택 관리비리 조기경보시스템. /국토교통부

◇ 입찰·회계비리 근절…'관리비리 조기경보시스템’ 가동

입주민이 공동주택 유지보수공사비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K-apt에 ‘유지보수공사 사업비 비교’ 기능을 구축한다. 또한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개정해 K-apt의 사업비 비교 기능을 활용해 유지보수공사의 적정 입찰가격을 산출하게 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유지보수공사 입·낙찰 단계별 비리 발생 취약 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도 개정된다. 입찰단계에서 입찰 참여 업체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주택관리업체와의 계열사 여부도 입찰서류에 표기해야 한다.

관리비 횡령이나 회계비리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관리비 납부 단계에서 현금으로 관리비를 받고 허위로 회계처리를 하거나, 지출단계에서 정당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지출하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차액을 횡령하는 방식 등이다.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지자체 감사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전체 가구의 30% 이상 동의가 필요하지만, 동의율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에 관리사무소장이 예금잔고와 장부상 금액의 일치 여부를 매월 확인토록 하는 절차를 법령으로 상향 규정한다. 회계처리를 수기로 하는 경우에도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에게 매월 현금 및 예금잔고 대조를 받도록 개선한다.

입주민의 지자체 감사 요청 요건도 완화 전체 가구의 30%에서 20%로 낮춘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의 진행 시 현행 회의록 작성 외에 녹음·녹화·중계, 참관 등을 통한 공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제화할 방침이다.

K-apt의 관리정보 검증을 통해 입찰·회계비리 이상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 관리비리 조기경보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상시 감독체계로 전환한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 지자체장이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직접 관리비리 의심단지를 모니터링하여 부적정 단지를 공개하고 개선을 권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입찰 담합 등의 관리비리 적발을 위해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손을 잡고 오는 26일부터 11월 25일까지 정기 합동점검에 나선다. 조사 대상은 입찰담합이 의심되거나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 관련 회계비리, 사업자 선정 관련 이상징후 등이 발견된 20개 단지다. 공정위는 입찰 참여 업체 간 담합 여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국토부와 지자체는 관리주체 등의 적법한 관리 절차 준수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감사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2의 월세’로 인식되는 관리비는 청년 등 주거 취약계층에 더 큰 주거 부담으로 다가온다”면서 “관리비리 근절을 통해 관리비 절감 효과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