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14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추진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자, 두 기관이 환율 방어를 위해 이같은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검토 중이다. 앞서 두 기관은 2005년 177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고, 2008년까지 운용했다.

통화스와프 계약이 성사되면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를 제공하고 외환보유액을 통해 공급 받은 달러로 해외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한국은행에서 빌린 달러로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이어 직접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에 나서고 있다.

두 기관은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통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그간 국내외에서 수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6월 공개한 환율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지목하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보유 규모가 2700억달러에서 3300억달러로 지난해 한해에만 600억달러 증가했다”고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한 위원도 지난 5월 회의에서 “국민연금과 개인을 중심으로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외환 유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는 가운데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해외증권투자로 인한 환율의 구조적인 절하 압력이 발생하고, 때에 따라 외환 유출과 환율절하 기대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매년 200억~300억달러 상당의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919조5536억원 가운데 해외 투자금액은 418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시장을 거쳐 해외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성사될 경우 앞으로 시장을 통하지 않고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을 이용할 수 있어 투자 제약이 풀리게 된다.

또 국민연금은 오랜 숙원이었던 단기외화자금 한도도 늘리면서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단기외화자금 한도는 현재 분기 평잔 기준 6억 달러다. 이를 상향 조정해 국가간 거래를 원활하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