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오뚜기는 내달 10일부터 라면류의 출고가 기준 제품 가격을 평균 11% 올린다./뉴스1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는 19일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물가 점검반을 가동해 가격 동향을 확인하고, 업계와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적극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업계에 생산성을 향상해 가격인상 요인을 최소화해달라라는 주문과 함께, 각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최근 일각의 가격인상 움직임은 민생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물가 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추 부총리는 이어 “최근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대해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식품물가 점검반을 통해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안정을 위한 협의를 적극 진행하겠다”면서 “많은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바,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소화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특히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현안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소관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점검하겠다”며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담합에 의한 것이 아닌지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그동안 물가 대책과 관련해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기업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가계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자 일종의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007310)는 다음달 10일부터 라면값을 평균 11% 인상한다. 진라면은 620원에서 716원으로, 진비빔면은 970원에서 1070원으로, 진짬뽕은 1495원에서 162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앞서 라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004370)은 지난 15일부터 신라면·너구리 등 주요 라면의 출고 가격을 11.3% 인상했다. 팔도도 다음달 1일부터 라면 12종의 가격을 10%가량 인상한다.

식품기업들이 만드는 포장김치 가격도 오름세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16일부터 비비고 포장김치 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대상은 다음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과자도 가격 인상 행렬에 가담했다. 오리온(271560)은 초코파이·포카칩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농심은 새우깡·꿀꽈배기 등 23개 제품의 출고가를 5.7% 올렸다.

식품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원가 상승’을 꼽는다. 원가 부담을 최대한 감내해왔지만, 계속되는 수익성 악화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식품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가격 인상과 관련한 담합 여부 점검을 거론한 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답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불통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에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3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