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가량 줄었다. 추석 명절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이다. 하지만 수입은 11%만 감소하며 무역수지 적자 흐름을 9월에도 이어갔다. 무역수지가 이달까지 적자를 내면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러시아의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대란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한국의 가스 수입도 크게 늘었다. 8월까지 247억달러를 기록했던 무역수지 적자는 276억달러로 불어났다.
◇ 수출 16.6% 줄어…“추석 명절 영향”
관세청은 올해 9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162억4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6.5일로 작년보다 2일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9.0% 증가했다.
주요 품목별 수출액은 반도체(7.9%), 석유제품(11.7%) 등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반면 승용차(△17.9%), 무선통신기기(△23.8%), 자동차부품(△15.8%), 철강제품(△36.4%), 정밀기기(△26.6%), 가전제품(△35.8%), 선박(△64.6%) 등은 감소했다. 상대국별로 보면 말레이시아(19.6%)를 상대로 한 수출액이 증가했다. 중국(△20.9%), 미국(△11.6%), 유럽연합(△23.2%), 베트남(△11.4%), 일본(△18.2%), 대만(△24.9%), 인도(△14.5%) 등에 대한 수출은 감소했다.
이달 1~10일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186억8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은 줄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가 지속하면서 원유(15.7%), 가스(92.3%) 등 에너지 수입액의 증가세는 이어졌다. 승용차(5.8%) 수입도 늘었다. 반도체(△18.1%), 석유제품(△33.5%), 기계류(△23.4%), 무선통신기기(△26.6%) 등의 수입은 감소했다.
상대국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48.8%), 베트남(0.9%), 말레이시아(29.6%) 등으로부터 수입액이 증가했다. 반면 중국(△24.2%), 미국(△27.8%), 유럽연합(△26.7%), 일본(△24.1%), 호주(△10.5%), 대만(△10.9%), 러시아(△59.6%) 등에서는 수입이 감소했다.
◇ 연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 276억달러
수출을 웃도는 수입의 영향이 이어진 영향으로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는 24억4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무역수지는 14억8300만달러 적자였는데, 그 폭이 확대됐다. 연간 누계로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9월 10일 기준)까지 무역수지는 275억5100만달러 적자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91억8600만달러 흑자였다.
만약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275억5100만달러 수준에서 확정된다면, 이는 무역 통계 사상 가장 큰 적자 폭이 된다. 기존 최대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직전인 1996년의 206억달러 적자였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청 수치가 잠정치라 향후 수치에 변동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당분간 어려운 교역 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무역 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 기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작년 12월에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2~3월에 소폭 흑자 전환했다가 4월부터 8월까지 다시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5개월 연속 적자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 만이었다. 9월까지 적자를 기록한다면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 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심화한 공급난과 원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부동산 침체를 비롯한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한국 무역수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5월부터 적자 행진 중인 대(對)중국 무역수지를 우리나라 무역 악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는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5월 10억9900만달러 적자, 6월 12억1400만달러 적자, 7월 5억7500만달러 적자에 이어 8월에도 3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 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