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 조사 과정에 ‘이의제기 절차’를 새로 만들고, 위원회 심의 이전 단계부터 공식적인 ‘의견 제출 기회’를 만드는 등 기업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현행 기업 공시 제도에서 일부 중복되는 내용은 통합하고, 짧은 공시 주기와 낮은 기준 금액 등을 개선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소셜네트워크(SNS) 뒷광고, 거짓 후기 등 ‘다크 패턴’에 대한 감시도 강화된다. MZ세대의 관심 분야인 게임 아이템, 명품 커머스 등과 셀프빨래방, 배달앱 골프장, 항공마일리지 등 생활·여가 품목의 불공정 행위·약관 등을 시정한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정위 업무보고를 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후보자로 임명했다가 그가 낙마한 이후 새로운 위원장을 선임하지 않아 윤 부위원장이 업무 보고를 했다.공정위는 이번 업무 보고의 핵심 축을 ▲공정거래 법집행 혁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촉진 ▲시장 반칙행위 근절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기반 강화 ▲소비자 상식에 맞는 거래질서 확립 등 다섯가지로 밝혔다.

우선 공정위 조사·사건처리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법 집행 효율화로 신속하고 실효적인 피해 구제를 추진해 공정거래 법 집행을 혁신한다. 피조사기업에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고지한다. 조사과정(자료제출 등)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새로 만들고, 위원회 심의 이전단계부터 공식적인 ‘의견제출 기회’를 확대한다. 대규모 사건에 대해서는 심의속개를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고, 과징금 사건의 경우 미고발사유는 의결서에 명시한다.

객관적 기준을 확립해 설득력 있는 공정한 사건 처리 기준을 갖춘다. 부당지원·사익편취에 대한 법 적용 예외 대상을 명확하게 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동태적 효율성을 고려한 법 집행 기준, 즉 심사지침도 마련한다. 또 선택·집중을 통한 법 집행 속도 등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법위반 예방, 분쟁조정 등 민간 자율적 분쟁해결을 활성화한다.

이와 더불어 공정위 사건처리도 처벌보다 빠른 피해구제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단순 질서위반행위(가맹·대리점)는 지자체 이양으로 신속히 처리한다. 장기사건 특별점검 등 사건 처리기한 관리를 한다. 실시간 사건현황판을 설치하고, 쟁점이 많거나 사실관계가 복잡한 대형사건은 ‘전담팀’을 구성한다.

시장의 혁신경쟁을 강화하는 ‘경쟁촉진형 규제개혁’을 중점 추진한다. 또 변화된 정책환경을 반영하여 ‘특수관계인’ 범위는 축소·조정한다. 혈족·인척 범위를 줄이고, 사외이사 독립경영회사를 제외하되, 사실혼 배우자는 포함하는 식이다. 또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를 확대한다.

중요성·시급성 분석을 통한 공시제도 정비로 기업부담을 완화한다. 공시제도에 있어 중복되는 부분들을 해소하고, 분기나 연 단위로 설계된 공시 주기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시 기준 금액이 지나치게 낮아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는 부분은 기준 금액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송상민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열고 “법률을 고쳐야 되는 사항도 있고, 시행령만 고쳐서 추진할 사항도 있다”며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PEF) 설립 및 단순투자, 벤처기업에 재무적 투자 등 경쟁제한 우려가 적은 M&A는 신고 면제 또는 신속심사를 확대한다. 또 기업의 자체 시정방안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설계·부과하는 방식에서 기업이 시정방안 제출 후 협의하도록 M&A심사제도를 개편한다.

디지털 플랫폼 분야의 기만행위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SNS 뒷광고, 거짓후기 등 ‘눈속임 상술(Dark Pattern)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자동결제에 동의하게 하고,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 하는 화면 구성 동의,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 하는 화면구성 등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다.

또 MZ세대 관심 분야인 게임 아이템·명품 커머스 등의 분야에서 불공정행위를 시정한다. 국민 생활 밀접분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셀프 빨래방, 골프장, 배달앱, 오픈마켓, 항공마일리지 등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고 표준약관을 제·개정한다. 전기차, 5G 등 신기술 서비스 관련 과장·기만 광고를 제재한다,

중소기업의 비용과 혁신 노력에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힘의 불균형’에 따른 불공정행위는 근절한다.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배포하고, 이를 잘 수행한 원청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우수 기업에는 공정거래 협약 평가 때 반영하고 연동계약서 사용시 벌점을 감경해주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 같은 계약서의 자율확산 추이에 따라 납품단가 연동 법제화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