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전문·사무직을 중심으로 7월 기준 취업자 수가 22년 만에 최대로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15개월째 감소세다. 동시에, 일할 능력이 있는 데도 구직활동 없이 그냥 쉰 ‘쉬었음’ 인구와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중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지속해서 줄어드는 모습이다. 쳥년층이 선호하는 민간 기업의 사무·전문직 일자리가 늘어나니 청년실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포착됐다.

일각에선 최근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바닥을 치는 등 청년층에서 공시 열풍이 시들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흐름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던 ‘공시생’들이 민간 구직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취업자가 늘고 실업률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단 것이다. 특히 만성 실직 상태에 있는 구직단념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도 가파르게 줄고 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2만6000명 늘었다. 2000년 103만명 증가 이후 7월 기준 22년 만의 가장 큰 폭의 증가분이며, 17개월 연속 오름세다.

2023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날인 지난달 24일 오전 수험생들이 서울 강남구 경기고등학교에서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번 시험에는 1만4620명이 지원해 작년(1만3955명)에 이어 역대 최다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연합뉴스

◇ 2030 선호 전문직 등 취업 늘고, 청년실업률 떨어져

취업자를 직업별로 살펴보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분야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분야 취업자 수는 591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만6000명(5.6%) 늘어났다. 사무종사자 취업자 수도 487만4000명으로, 11만2000명(2.4%) 늘었다. 두 분야는 청년층이 주로 선호하는 직업군으로, 모두 2021년 3월 이후 17개월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청년실업률도 줄고 있다. 지난달 15~29세 청년 실업자 수는 29만5000명으로, 청년실업률은 6.8%에 머물렀다. 1년 전보다 0.4%포인트(p) 줄어드는 데 그치긴 했지만, 15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도 19.7%로 전년 동월 대비 3.0%p 하락했다.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난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57만5000명 감소한 1594만7000명이었다.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포기한 인구가 줄었다는 의미다. 구직 활동을 장기간 중단한 상태인 쉬었음 인구가 18만3000명 줄어든 영향이 가장 컸다. 특히나 20대(-10.5%), 30대(-16.6%)의 쉬었음 인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수강생과 그 외 취업 준비자를 합친 ‘취업준비자’ 수도 10만5000명(-12.0%) 줄어, 한 달 전(6월)보다 감소 폭을 키웠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지만 적당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등 노동 시장적 이유로 구직 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44만5000명으로, 18만8000명 줄었다.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는 2021년 8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단순히 취업 준비생 신분인 이들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비교적 활발히 구직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픽=이은현

◇ 취준생들 구직시장 유입↑…인기 떨어진 공무원 시험 영향?

이 같은 쉬었음과 구직단념자 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공시생이 줄어드는 경향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도출됐다.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청년층 취업 준비생 수는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이 중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 비중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늘어난 공무원 수를 이번 정부에선 적극적으로 제한하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의 표적이 됐고, 경직된 조직 문화와 획일화 된 업무체계, 낮은 임금 등을 이유로 인기가 떨어지면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최근 바닥을 찍고 있다. 실제 올해 7급 공무원 시험은 평균 4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197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공무원 시험의 인기 하락 및 공시생 이탈 등 현상과도 연결시켜 볼 여지가 있다”면서 “인구구조적으로 청년층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서 노동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해 실업률이 떨어지는 영향, 고용 보조금 등 코로나로 인해 한시 도입된 사업의 여파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8일 서울 구로구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에 붙은 구인공고를 보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 금융업 구조조정에 40대 ‘뚝’, 뿌리산업 고령화 60대 ‘견고’

이 밖의 연령층을 살펴보면,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40대만이 전년 동월 대비 1000명 감소세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비대면화(化)와 희망퇴직 등에 속도를 내는 금융보험업 일자리 감소가 40대 취업자 수 감소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47만9000명 증가했는데, 이들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58%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고용 증가세를 견인하는 구조다. 특히나 지난달에는 제조업에서의 60대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주조·금형·용접·열처리 등 뿌리산업에서의 60대 인력이 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7월 고용동향 분석’ 자료를 통해 “고령층 중심의 고용시장 호조는 여전히 한계”라며 “기저효과와 금리인상, 코로나 재확산, 가계·기업 심리 위축, 직접 일자리 정상화 등으로 향후 취업자 증가 폭 둔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지원 일자리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의 고용 창출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