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커피 생두의 부가가치세와 관세를 면제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커피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제 원두 가격은 한달만에 7%가 빠졌는데, 국내에 수입되는 생두 가격은 인하분을 반영하지도 못했다. 정부가 관세 인하를 결정한지 한달이 넘어가는 데도 실질적인 소비자 체감 효과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생두 가격이 내려갔으니 커피의 소비자 가격을 인하해달라는 정부의 요청과 달리, 유통업계에서는 커피에 원두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기 때문에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괜스레 세금 인하 조치를 해서 세수만 줄이고 목표한 가격 안정도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세금 인하 두달 가까이 지나서야 “커피 원 두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효과 없는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한 반성 없이 늑장 가격 하락을 홍보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두./조선DB

◇”부가세 면제+할당관세 효과, 8월부터 날 것” 낙관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생두 국내 수입가격은 1㎏당 7221원으로 5월(7284원)과 6월(7249원)보다 소폭 내렸다. 농식품부는 “수입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된 조치들의 효과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7월 20일부터 수입 때 관세를 낮춰주는 할당관세가 적용된 만큼 8월에는 생두 수입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커피 생두 수입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지난 6월 28일부터 실시했고, 커피 원두 수입 전량에 대한 할당 관세를 지난달 20일부터 적용했다. 당시 할당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38억7000만원의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최근 국제 원두가격, 환율 및 물류비 상승 등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생두 수입가격은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였다.

농식품부는 “수입 시 부가세 면제 시행 등으로 생두 국내 수입가격은 6월에 이어 7월에도 소폭 하락했다”는 ‘감세’의 효과를 소개했다. 생두 국내 수입가격은 6월 7249원에서 7월 7221원으로 0.3% 떨어졌다. 반면 이 기간 국제 원두 가격은 2.31달러에서 2.15달러로 7% 하락했다. 원두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동안, 국내 수입 가격은 거의 하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이 같은 부가가치세 면제와 커피 원두 수입에 대한 할당 관세 적용 효과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낙관론’을 폈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는 국내 생두 대규모 수입유통업체들의 가격 인하 흐름을 소개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대규모 생두 수입 유통업체인 블레스빈은 일괄 2500원씩 가격을 낮췄고 지에스씨인터네셔날은 코스타리카산을 1만5300원에서 700원을 낮춘 1만4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제 원두 가격 및 생두 수입 가격 추이./농식품부

◇전반적 물가 상승, 원부자재 가격 상승...커피값 인하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

정부는 생두 수입 가격이 내려갔으니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커피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유통 업계에서는 원재료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커피 생두 수입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고, 커피원두에 대한 할당관세도 적용했으니 인하분 만큼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농식품부 입장이다.

하지만 부가세 인하와 할당관세 적용이 커피 값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처럼 종식되고 있지 않는 등 경영 애로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소폭 낮아졌다고 해서 소비자 판매 가격을 바로 낮추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부가세 인하, 할당 관세 혜택을 받는 주요 업체로부터 생두를 구매하는 카페들이 커피 가격을 내려야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원두 가격뿐 아니라 우유, 설탕 등 다른 재료들의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물류비와 빨대·플라스틱 컵 등도 비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효과가 없는 할당관세 인하 홍보에 매달리면서 실질적인 물가 해법 찾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제 가격이 7%하락하는 동안 국내 수입가격이 0.7% 내려갔다는 것은 관세 인하 효과가 수입업자 이익으로 귀속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면서 “이달 들어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내린 것은 국제 시세를 뒤늦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할당관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무책임 행정의 단면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