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국내 상장주식 한 종목당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을 가진 개인에게만 주식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금융투자소득세의 도입은 2025년으로 미루고, 증권거래세 세율은 내년부터 0.2%로 인하한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이자소득에 대해 14% 분리과세 혜택을 주고, 외국인·외국 법인이 우리나라 국채를 통해 지급받는 이자·양도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국채 투자 기반을 확대해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세제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국내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금융 투자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추고, 국채시장의 수요 다변화를 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주식양도세 기준 ‘100억’으로 ↑…’가족합산’·'지분율 요건’ 없애

정부는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그 용어도 ‘고액주주’로 바꾸기로 했다. 우선 현행 대주주를 정의하는 요건 중에는 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등 지분율 요건이 있는데, 이를 삭제하기로 했다. 기업별 시가총액 차이에 따른 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다. 보유 금액 기준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높아져, 일부만이 주식 양도세를 낼 전망이다.

기존 대주주를 판정할 때 활용되던 ‘가족 합산’ 방식은 폐지되고, 개인 본인이 가진 주식만 따지기로도 했다. 그간 본인이 소액주주임에도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 등이 주식을 보유한 경우까지 합산해 과세되는 사례가 있어, 과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친족의 주식 보유 여부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세 부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그래픽=이은현

당초 내년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점도 2년 뒤인 2025년으로 미뤄진다. 금융투자 상품에서 실현된 모든 손익을 통산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으면 20%(3억원 초과분은 25% 적용)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증권거래세 세율도 내년부터 0.23%에서 0.20%로 낮아지며, 2025년에는 0.15%로 더 인하될 예정이다. 최근 주식시장과 관련한 대내외 여건, 투자자 보호 제도 정비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개편 방안은, 초고액 주주 소수만을 남겨두고 사실상 폐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재벌 대주주 등의 감시 기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 제도는 취지 자체가 재벌 총수 일가의 변칙 상속이나 과도한 주식 양도소득을 방지하는 데 있었던 만큼, 그간 일종의 ‘기업지배구조 투명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 외국인이 우리 국채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

정부는 국채 투자에 따른 세제 혜택도 마련했다. 우선 개인투자용 국채를 10·20년에 달하는 만기까지 보유 시 이자 소득에 대해 14% 분리 과세하는 특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일반 국고채와 달리 매입 자격이 개인으로 제한되고, 만기 시 원금과 가산금리가 반영된 이자를 일괄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국민의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산 형성을 독려하는 동시에, 국채 수요 증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국채는 국내 기관 중심으로 소화되고 있어 수요 저변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주체별 국고채 보유 비중은 국내기관 74%, 외국인 19%, 한국은행 6% 등이었는데, 개인의 경우 0.01%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국내 비거주자·외국법인의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도 시행한다. 역시나 국채 수요 기반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이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국가 대부분이 취하고 있는 국제적 기준에 맞춘 것이란 설명이다.

이 밖에 가상자산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20% 세금을 매기는 가상자산 과세 시행도 당초 내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옛 P2P·개인 간 대출) 상품 투자 이자 수익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은 현행 25%에서 14%로 인하해, 업계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