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제어해 고(高)물가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빅스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는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0.5%p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차질 장기화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과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도 각각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연간 상승률도 5월 전망치인 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 기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아가 높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졌지만, 당장은 고물가 고착화를 막는 게 더 시급하다고 금통위는 평가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금리인상도 시사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