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루이 커쉬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국제금융센터가 주최한 ‘저물가 시대의 종말: 글로벌 시장 재편과 물가 상승의 신용 리스크’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이 연말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루이 수석은 “한국은행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에서는 50bp(1bp=0.01%포인트)인상도 예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로고

그는 “향후 한국 금리가 75bp 정도 더 인상될 것으로 본다”며 “일반적으로 한국의 평균적인 중립 금리는 2.5% 수준인데,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압박을 받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더 상승하면 이보다 더 높은 금리 수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는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0%는 오랜만에 보는 높은 수치다”며 “한은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처럼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간 금리 역전과 자본 유출 가능성을 감안해 금리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경제가 역성장할 만큼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루이 수석은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올해와 내년은 전반적으로 아직 플러스(+) 성장을 보이는 모습”이라며 “향후 5년을 전망했을 때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수출에 민감한 한국의 경우 글로벌 무역 둔화로 인해 수출 증가율은 감소했으나, 제조업 여건이 아직 견조한 편이고 중국의 공급망 차질도 봉쇄조치 이후 완화되면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S&P는 지난 4일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2.5%)보다 0.1%포인트(p) 올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