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30대 중국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89억원에 구매했다. 100% 은행 대출로 산 것이었다. 빡빡한 대출 규제를 적용 받는 내국인과 달리, 해외 현지 은행을 통해 자유롭게 대출을 받아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정부가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대한 첫 기획조사에 나선다. 규제의 빈틈을 이용한 중국인 등 외국인의 ‘K-부동산 쇼핑’ 행태가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국내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긴단 비판이 잇따르자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날부터 법무부·국세청·관세청과 함께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대한 첫 기획조사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송파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외국인의 韓집 사기 급증…'한사람이 45채 구입’ 등 이상징후도

그간 해외 자국에서 대출받는 등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부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국인의 주택 거래 건수는 전체 거래량의 1% 미만으로 낮은 편이지만, 최근 집값 상승기에 매수 건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017~2019년 6000건대에 불과했던 연간 외국인 주택 매수 건수는 2020~2021년 들어 각각 8756건, 8186건 등으로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 1인 최대 45채의 주택을 매수하거나, 최저 8세 미성년자의 매수가 이뤄지거나, 외국인 간 거래의 47.7%가 직거래로 이뤄지는 등 이상징후도 계속 포착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9월까지 4개월간 이뤄지는 이번 기획조사를 통해 외국인 거래량이 급증한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총 2만38건의 주택 거래(분양권 포함)를 중심으로 업·다운 계약, 명의신탁, 편법 증여, 편법대출 등 투기성 거래가 의심되는 1145건에 대해 1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적발된 위법 의심 행위는 국세청·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돼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해외 불법 자금 반입이나 무자격 비자로 부동산을 임대하는 등 외국환거래법,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관세청·법무부에 통보해 조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 기획조사 개요. /국토교통부 제공

◇ 국가통계 만들고 외국인 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 제도 재정비

국토부는 기획조사와 더불어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통계를 정비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는 4분기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를 시범 생산한 뒤 내년 국가통계 승인·공표를 목표하고 있다.

외국인의 투기 거래 행위가 우려되는 경우 시·도지사 등이 대상자와 대상 용도를 정해 거래 허가 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외국인의 체류 자격이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 종류를 명확하게 하는 내용으로 올해 중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 등록 가능 비자를 거주(F2) 일부,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으로 제한하는 식이다.

국토부는 “거주지가 불명확한 외국인의 특성을 감안해, 조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비거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시 국내 위탁 관리인 지정 및 신고 의무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하겠다”며 “불법행위가 적발된 외국인은 출입국 제한 등 다양한 제재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