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이 올해 1분기 3400조원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대출금리 상승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둔화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은 이전보다 낮아졌지만, 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면서 기업부채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누증된 가계부채가 향후 금리 인상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을 늘리고 소비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9.4%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전 분기(219.5%)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2%포인트(p)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기업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민간신용이 명목 GDP의 2.2배에 육박했다.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가계부채 규모는 185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올 들어 대출금리 인상과 주택 구매 수요 감소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그 결과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104.5%)도 전분기 대비 낮아졌다. 2분기 연속 하락세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낮아지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말 168.9%로, 전년 말 대비 2.2%p 내렸다.

올해 1분기 기업대출 규모는 1609조원으로 1년 전보다 14.8%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조치 연장, 원자재 가격 상승, 설비 및 부동산 관련 투자 확대,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취급 확대 노력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0.1%로, 2020년 말의 77.2%와 비교해 소폭 상승했다. 다만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업의 비중은 같은 기간 15.3%에서 14.6%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그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누증된 가계부채는 금리 상승, 자산가격 변동 등의 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을 늘리고 소비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