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추첨한 1019회 로또 1등 당첨자가 무려 50명이나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1등 당첨금은 4억3856만원, 직전 주 로또 1등 당첨자가 2명만 나와 123억6174만원의 당첨금을 수령했던 것과 비교하면 액수에서 30배 가량 차이가 난다.

45개의 숫자 중 6개의 번호를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814만5060개. 즉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이 밝힌 낙뢰에 맞을 확률 28만분의 1보다 30배 높은 확률이다.

이렇게 낮은 확률의 로또 1등 당첨자가 한 회에만 50명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조작설까지 제기한다. 사전에 예정된 당첨번호가 있었고, 이게 다수에게 누출되는 바람에 당첨자가 다수 나왔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복권판매점의 모습. /뉴스1

◇ 로또 조작설에 기재부는 “우연”…다회 당첨 번호 몰린 1019회

이 같은 논란에 기재부는 “우연히 추첨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기재부 복권위원회는 “로또 복권이 한 회차당 1억장 가량 팔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구매자가 균등하게 번호 조합을 선택하면 1등 당첨자는 12명 내외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현실에서는 구매자가 특정 번호를 집중 구매하는 현상이 발생해 당첨자가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번호의 조합이 있는데, 이번 당첨 번호에 선호하는 번호가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특정 번호에 얼마나 몰리는 것일까? 1019회차 로또 복권 구매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번호의 조합은 ‘1, 13, 17, 27, 34, 43′으로 무려 1만5964개가 팔렸다. 만약 이 번호가 1등 번호였다면 1등 당첨금은 137만원에 불과했다. 이 숫자들은 역대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의 조합이다. 이 번호가 1등 번호였다면 영화 ‘브루스올마이티’에서 신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브루스(짐 캐리役)가 모든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면서 복권 당첨금이 쪽박이 된 영화 속 상황이 현실이 될 뻔 했다.

이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로또 복권 당첨자가 많이 나온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1019회 1등 당첨 번호는 ‘1, 4, 13, 17, 34, 39′, 가장 많이 나온 번호 6개 중 ‘1, 13, 17, 34′ 이렇게 4개가 겹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추첨된 번호 중 4개나 포함이 되면서 당첨자가 다수 발생한 것이다. 또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4′와 ‘39′는 복권 구입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용지 배열 4번째(가운데) 숫자이다.

로또 복권 구매자들이 가운데 번호를 얼마나 선호하냐고 묻는다면, 1019회 복권 구매자 중 용지배열 4번째 번호만 찍은 ‘4, 11, 18, 25, 32, 39′를 구입한 건수가 1만2831건이라는 답으로 대신 할 수 있다.

로또 복권 1019회 최다 구매 번호 조합. /기재부 제공

◇ 1019회 로또, 50명이상 당첨될 확률이 당첨자 없을 확률의 94배였다.

로또 1등 당첨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는 확률과 로또 1등 당첨자가 50명 이상 나오는 확률 중 어떤 게 더 클까? 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1019회를 한정했을 때에는 50명 이상 나올 확률이 더 컸다. 그것도 약간이 아니라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복권위에 따르면 1019회 게임에서 아무도 쓰지 않은 번호의 조합은 110개에 불과했다. 확률로 계산하면 이 번호가 당첨 번호가 됐을 확률은 7만4046분의 1이다. 반면 50명 이상 당첨자가 나오는 조합은 1만299개로, 확률은 791분의 1이다. 50명 이상 당첨될 확률이 1명도 당첨되지 않을 확률보다 94배나 컸다.

여러차례 당첨 번호가 됐던 숫자들이 한 회차에 몰려서 추첨된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건 바로 로또 복권은 지난 회의 추첨 결과가 새로운 추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시행 게임이기 때문이다.

동전 던지기나 주사위 게임이 대표적인 독립시행 게임이다. 동전의 앞과 뒤가 나올 확률은 각각 50%이지만, 2번 던졌을 때 꼭 앞과 뒤가 한번씩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사위 역시 각 눈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사위를 6번 던졌을 때 그 중에 1번은 꼭 ‘1′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마찬가지로 로또 복권의 각 숫자가 당첨번호가 될 확률이 13.3%(2등 추가번호까지 포함시 15.5%)라고 해서 특정 숫자가 1000회동안 155번(2등 추가번호 포함) 나오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게임을 무수히 진행하는 대수(大數)의 법칙으로 접근한다면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은 15.5%에 수렴하겠지만, 이를 근거로 특정 회차의 번호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강원랜드 카지노 실내 전경.

◇ 로또에도 나타나는 ‘도박사의 오류’

하지만 로또 복권이나 카지노 등의 확률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독립시행의 원칙을 무시하고 ‘소수법칙’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수법칙은 적은 샘플의 수로 전체의 경향을 추론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말한다.

카지노의 인기 게임 중 하나인 주사위 게임(다이사이, 주사위 눈의 합계와 눈의 수 등을 예측하는 게임)이 소수법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주사위 게임은 이전 게임의 결과가 새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시행 게임이지만, 딜러 옆 모니터를 통해 최근 게임 결과를 보여준다. 도박사들은 이를 근거로 게임의 결과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는데, 확률론에서는 이를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른다.

로또 복권에서도 ‘도박사의 오류’는 나타난다. 독립시행 게임으로 이전까지의 통계가 새 회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행복권 사이트에서는 ‘번호별 통계’ ‘색상 통계’ ‘구간별 출현횟수’ ‘기간별 미출현 번호’ ‘연속번호 출현’ 등의 통계 자료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 기재부 복권위 관계자는 “로또 복권은 이전까지의 통계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이라면서도 “다만 구매자들의 수요 등이 있어 당첨 번호에 대한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