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11번째(2017년 기준)로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5위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작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기존 2030~2052년에서 2021~2040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이 두려운 미래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란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런 현실을 잘 안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탄소 중립을 향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최근 탄소 중립을 향한 방법론의 일환으로 주목받는 연료 중 하나가 바이오 에탄올이다. 바이오 에탄올은 옥수수·밀·사탕수수·감자 등 녹말 작물을 발효시켜 차량 등의 연료 첨가제로 사용하는 바이오 연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 등에 따르면, 바이오 에탄올 연료는 100% 휘발유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45% 감축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지난 2021년 한국이 휘발유에 바이오 에탄올을 10% 혼합하는 E10 정책을 도입하면 수송 부문에서 연간 310만톤(t)의 탄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옥수수 알갱이와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에탄올 등이 투명한 병에 담겨 있다. / 시카고=전준범 기자

그런데 국내에는 이런 바이오 에탄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옥수수·밀 등의 곡물을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투입하면 글로벌 식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량 부족이 곡물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한국은 미국·우크라이나 같은 곡물 생산국이 아니라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쓰려면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시각은 사실일까.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를 비롯한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을 토대로 바이오 에탄올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Q&A 형식으로 전한다.

Q. 바이오 에탄올 연료 사용이 글로벌 식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A. 2008년과 2012년의 식량 위기 원인을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서만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 그러나 당시 식량 위기와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업+인플레이션)은 주요 곡물 산지에 발생한 가뭄 등의 이상 기후가 생산량을 줄인 영향이 컸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위기는 세계 최대 옥수수·대두 생산지 중 한 곳인 남미 지역에 2년 연속 라니냐에 따른 가뭄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밀 시장의 공급 제한도 배경이다.

Q. 바이오 에탄올 생산이 곡물 가격을 끌어 올린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나.

A. 2000년대 초 미국이 재생 연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때 곡물 가격이 인상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에탄올 생산과 식량 가격 변동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비례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아래 그래프는 최근 50년간 에탄올 생산량과 식품 인플레이션 추이를 함께 나타낸 것이다.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에탄올 생산량과 식품 인플레이션 추이. / 미국 노동통계국·신재생에너지협회

그림을 하나 더 보자. 아래 표는 최근 12년 동안 미국의 에탄올 생산량과 국제 옥수수 가격 추이를 비교한 것이다. 여기서도 에탄올 생산을 위한 옥수수 사용 증감이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2013년 후반부터 2021년 초반까지는 옥수수가 에탄올 생산에 꾸준히 투입됐음에도 국제 곡물 시장 가격은 4달러대 이하를 유지했다. 이 기간 상당수 옥수수 농가는 곡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가공된 옥수수의 3분의 1은 부산물인 주정박으로 생산돼 축산 분야의 사료로 쓰인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에탄올 생산량과 국제 곡물 가격 추이. / 미국곡물협회

Q.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위해 토지를 전용하거나 산림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A. 아래의 표는 지난 90년간 미국의 옥수수 재배 면적과 단위당 수확량을 비교한 것이다. 192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내 옥수수 재배 면적은 4000만헥타르(ha)에서 3700만ha로 오히려 감소했다. 에탄올 생산을 위해 토지를 전용하거나 산림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같은 기간 옥수수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종자 개발과 정밀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ha당 2t에서 11t으로 5.5배 증가했다. 생산량을 늘리는 건 땅이 아니라 기술이다.

미국의 옥수수 재배 면적과 단위당 수확량. / 미국 신재생에너지협회

Q. 미국은 원료를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나라다. 반면 한국은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쓰려면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

A. 우리나라가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산 원료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에탄올 연료는 휘발유 대비 45%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한국은 오는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송 부문에서도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에탄올 완제품을 수입해 휘발유에 5~10% 섞으면 수송 부문의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책 환경만 갖춰지면 우리나라가 직접 바이오 에탄올 원료 수급과 생산에 나설 수도 있다. 현재는 옥수수나 사탕수수가 주원료로 쓰인다. 그런데 산림에 흔히 존재하는 폐목재나 정부미, 오래된 쌀 등을 이용해서도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만들 수 있다. 한국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국가에서는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책적으로 길만 열어주면 된다. 원료 수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으나 국내에도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 기회다. 그리고 바이오 에탄올 생산은 이미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그게 연료가 아닌 주류(酒類) 분야일 뿐이다.

미국 주유소의 주유기. 숫자 '85'가 적힌 가장 왼쪽 버튼이 바이오 에탄올 85%에 휘발율 15%를 섞은 'E85' 연료다. / 시카고=전준범 기자

Q. 한국이 바이오 에탄올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전기차·수소차 전환을 통한 넷 제로 달성에는 많은 시간이 들고 인프라 구축에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반면 바이오 에탄올은 현행 인프라와 차량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탄소 절감 수단이다. 한국은 수송용 연료 부문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2015년 7월 31일부터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 의무화 제도(Renewable Fuel Standard)를 시행했다. 그러나 경유 차량에 바이오 디젤을 혼합하는 것만 허용했다. 정부는 현재 3.5%인 바이오 디젤 혼합 비율을 오는 2030년까지 5%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쉽게도 67%의 운전자가 사용하는 휘발유 차량에 관해서는 바이오 연료 혼합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바이오 에탄올 혼합 정책은 중동 지역에 대한 석유 연료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