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4.8%를 기록한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는 3월 4.1%에서 불과 한 달 만에 0.7%포인트(p)나 치솟으며 5%에 접근했다.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정부는 고(高)물가를 진정시킬 요인이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흐름을 지속한다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22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전월 대비 0.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4월 2.5%를 시작으로 9월까지 2%대를 지속하다가 10월부터 3%대로 치솟았다. 이후 올해 3월 4.1%를 기록하며 10년 3개월 만에 4%를 돌파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4%대를 나타낸 건 2011년 11~12월 이후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2월의 3.6%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다. 근원물가는 올해 1월 3%를 돌파한 뒤 4개월째 3%대를 유지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3.1%를 기록하며 전월(2.9%)을 웃돌았다. 2009년 5월의 3.1% 이후 최고치다.

전체 460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2008년 8월의 6.6% 이후 최고치다. 앞서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던 신선식품지수도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 가까이 솟구친 데 대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 오름세에 전기·가스 등의 요금도 인상됐다”며 “상승 폭이 주춤하던 농축수산물마저 오름세를 소폭 확대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품목 성질별로 보면, 공업제품이 전년 동월 대비 7.8%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2008년 10월의 9.1%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비용이 크게 오른 영향을 받았다. 휘발유 28.5%, 경유 42.4%, 자동차용 LPG 29.3%, 등유 55.4%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6.8% 올랐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여파로 고공 행진을 지속하던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00달러를 돌파했다. 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40% 하락한 배럴당 101.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어 심의관은 “국제유가에도 여러 변수가 작용하다 보니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지만, 100달러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며 “소비자물가에는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이 중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로 2.0% 상승했다. 전셋값은 2.8%, 월세는 1.10%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4.5% 올랐다. 특히 외식 물가가 3월에 이어 4월에도 6.6% 올랐다. 1998년 4월의 7.0%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어 심의관은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반기에 역기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브리핑에서는 지금의 물가 오름세를 억누를 만한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상 조건 악화, 공급 부족, 곡물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촉발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까지 겹쳤다”며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 심의관은 “현재 물가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경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에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