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250원을 넘어 연일 상승세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에 자금이 몰리면서 원화를 비롯한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의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차례 구두(口頭)개입에 나섰지만 강달러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환율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 안전판’으로 불리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달러화 지폐들. /트위터 캡처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265.1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4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할 것이란 관측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여전히 103선의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5월에 이어 6~7월까지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달러화 강세 기조가 최소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를 저지할 수 있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유로화와 엔화의 가치가 끝도 없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환율 상방 리스크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1300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급등한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위기 상황에서 달러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안전판’으로 여겨진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지자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했다. 앞서 코로나 확산 초기인 3월 19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285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연준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고 환율 방어에 성공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직후 원·달러 환율은 3.1% 하락했다. 이후 3차례 연장된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고 외화 유동성 사정도 개선되는 등 국내 외환부문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를 주요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복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안정은 외환보유액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개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금융시장 안전판 마련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다만 상대국 입장도 있기 때문에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해외 주요국이 내년부터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하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커질 수 있는 만큼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확충에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