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달 577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역대 4월 수출액 중 최고치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계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무역수지는 3월에 이어 4월에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600억달러를 웃돈 수입액 때문이다. 연간 누적 무역 적자는 66억달러까지 불어났다.

공급망 차질 심화와 에너지·원자재 가격 폭등 등의 악재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무역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북미·아르헨티나 가뭄 등이 야기한 국제 곡물 가격 급등도 우리나라 무역 적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한 57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4월 최고 실적인 2021년 4월의 512억달러를 64억달러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5.0% 늘어난 24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주요 수출 품목 15개 중 13개 품목이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부는 반도체·석유화학·철강·석유제품·컴퓨터·바이오헬스 등이 역대 4월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고 했다. 반도체(15.8%)와 철강(21.1%), 디스플레이(21.8%), 바이오헬스(14.2%), 이차전지(11.7%) 등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차부품(-4.8%)와 선박(-16.6%) 수출은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9대 주요 지역 중 6개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대(對)미국 수출은 20개월, 대중남미 수출은 18개월, 대아세안·인도 수출은 14개월, 대일본 수출은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과 중국, 중동을 향하는 수출은 감소했다.

산업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일부 지역 봉쇄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확대했음에도 수출이 18개월 연속 증가했다”며 “올해 들어 4월까지 누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했다.

2021년 이후 월별 수입액(단위: 억달러) / 산업통상자원부

문제는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간재 수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수출 규모를 웃돌았다는 점이다. 4월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6% 늘어난 603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우리나라 수입액은 2월(531억달러)을 제외하고 줄곧 6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주요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동월(77억2000만달러) 대비 70억9000만달러 증가한 148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 중 원유 수입액은 96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2억4000만달러 늘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작년 4월 배럴당 62.92달러에서 지난달 102.82달러로 63%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동북아 천연가스 현물가격(JKM)은 mmbtu(열량 단위)당 6.08달러에서 37.45달러로 516% 치솟았다. 또 석탄(호주산 기준) 가격은 톤당 91.8달러에서 322.6달러로 251% 폭등했다.

에너지원뿐 아니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수입도 함께 증가했다. 수입 증가율을 보면 메모리 42.4%, 석유제품 34.8%, 인쇄회로 기판 42.2% 등이다.

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단위: %) / 산업통상자원부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심화, 북미·아르헨티나에 발생한 가뭄, 중국 봉쇄에 따른 파종 실기 등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 들이닥친 악재도 수입 확대에 영향을 줬다. 각종 악재가 밀·옥수수 등의 가격 급등으로 연결됐고, 지난달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입액을 24억1000만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올해 3월(24억5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입 규모다.

수출액을 뛰어넘은 수입액의 여파로 4월 무역수지는 26억6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3월 1억4000만달러 적자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관세청에 따르면 연간 무역 적자 누계치는 66억1900만달러로 확대됐다. 작년 1~4월 무역수지는 101억3600만달러 흑자였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망 불안 등의 여파로 세계 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환경”이라고 했다. 문 장관은 “중국 도시 봉쇄, 일부 국가 수출 통제 등이 우리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경제안보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과 수급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