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공무원 17만명 증원을 내세웠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 임금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 소득을 높이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이에 더해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무원 일자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된다. 공무원 1명을 뽑으면 임금과 퇴직 후 지급되는 연금 지급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정원을 한번 늘리면 줄이기 힘들고 인건비를 비롯해, 연금 지출 확대 등 국가 재정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5년 간 공무원수가 13만명 급증하면서, 공무원·군인 연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 충당 부채는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752조원)에 비해 400조원 가량 증가했다.

국민 1인당 부담하는 충당부채 부담액도 2016년 1469만원에서 지난해 2205만원으로 5년 새 736만원 급증했다.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공무원 증원 청구서가 매년 147만2000원씩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무원 증원 청구서가 미래세대의 막대한 부채 부담으로 귀결됐다는 의미다.

◇文정부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 공무원수 13만명·인건비 106조원 증가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 충당 부채는 총 1138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조 5000억 원(9%) 늘어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가부채 2196조 4000억 원의 51.8% 수준이다. 연금 충당 부채는 정부가 공무원과 군인에게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당장 갚아야 할 돈은 아니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재원이 지급액보다 부족해질 경우, 정부 재정으로 메꿔야 하는 만큼 연금 충당 부채가 늘수록 재정 지출의 부담도 높아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금 충당 부채가 급증한 것은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의 영향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수는 2021년 말 기준 115만695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행정부 국가 공무원이 75만824명(64.9%), 지방공무원이 38만819명(32.9%)을 차지한다.

그래픽=이은현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말(102만9471명)에 비해 12만7481명(12.4%)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다.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린 것으로 평가받는 노무현정부(7만4445명·8.23%) 때보다도 크다. 이에 앞서 김영삼 정부 때는 4만9581명(5.59%) 늘었고, 외환위기를 맞았던 김대중 정부는 공무원 수를 3만1494명(3.37%) 줄였다.

문 정부의 공무원 수 증가는 압도적이다. 이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4만1504명)의 3배, 이명박 정부(1만2116명)의 10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그 결과 중앙 공무원 인건비는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3조4000억원에서 올해 41조3000억원으로 24% 늘었다. 여기에 지방공무원의 인건비가 추가 될 경우, 전체 인건비만 약 75조원으로 추정된다. 2021년 본예산 558조원의 13.4%를 차지한다.

또 공공기관 직원수까지 포함하면 지난 5년 간 공공부문 신규 채용자는 23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 수는 총 44만3570명으로 2016년(32만8479명) 대비 35%(11만5091명) 늘었다. 이들의 평균 임금을 감안하면 인건비는 약 31조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투입되는 인건비만 106조원 규모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공무원수 급증으로 공무원 연금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138조200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퇴직한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74조8000억원 늘어난 904조6000억원, 군인에게 지급할 금액은 18조7000억원 증가한 233조6000억원이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연금을 납부하는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더 많아질 경우, 기금이 고갈되면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표한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수지 적자가 공무원연금은 올해 4조3000억원에서 2030년 9조6000억원으로, 군인연금은 같은 기간에 2조8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증가한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공무원연금 적자는 총 61조2000억원, 군인연금 적자는 33조2000억원에 달한다.

◇文정부, 연금 충당 부채 1100조원 돌파... 尹 공공부문 효율화 ‘요구’

그 결과, 문 정부 5년 간 연금 충당 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752조6000억원)과 비교해 5년 만에 385조6000억원 불었다. 전체 연금 충당 부채의 33.9%가 문 정부에서 늘어난 것이다. 문 정부는 올해도 국가공무원 6819명, 지방공무원 2만8717명 등 3만5536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공무원과 군인들이 납부하는 기여금 역시 증가 추세여서 늘어나는 부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모두 적립금을 소진해 재정수지 적자는 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배정한 예산만 4조1000억원이다.

그래픽=이은현

매년 연금 충당금 규모가 불어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 등에 대한 개혁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대선 기간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또 윤 당선인도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해 연금개혁 방안 마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새 정부 출범 후, 연금 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또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5년 간 비대해진 정부 조직을 효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정부의 위원회처럼 조직을 신설하기 보다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 뒤, 현안이 해결된 이후에는 TF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안전부와 인사협신처는 인수위 업무보고를 통해, 공무원 정원 문제와 효율적 인력 재배치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조직개편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인수위는 지방선거 이후 조직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문 정부는 행정력 제고보다는 복지 차원에서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수를 늘려 행정 및 국가 재정 지출의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했다”며 “디지털 전환으로 행정 인력의 필요성이 줄어든 만큼 새 정부는 공공부문 효율화를 재정건전성 정상화 만큼 주요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