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중국 경제 침체 가능성으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2.5%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반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 형태의 경기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다.

IMF는 불과 한달 전인 지난 3월에는 한국 경제의 3%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2%대 저성장과 4%대 고물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IMF의 전망은 최근 한국 경제 전망을 발표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제기구, 투자은행, 신용평가사 등을 통틀어 가장 어둡다.

이미 기재부는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성장률은 2%대 중반, 물가상승률은 4%대로 예상된다’는 각종 전망치를 보고한 바 있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은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특히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래픽=이은현

◇IMF,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3.6%로 0.8%P 하향

19일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5%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3월 IMF가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 이후 내놓은 ‘연례협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3%에서 0.5%P 하향 조정된 것이다. 올해 1월에도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월에 내다본 3.3%에서 0.3%P 내렸는데, 이번에는 더 큰 폭으로 낮췄다.

이는 최근 발표된 한국 경제 전망 가운데 가장 비관적이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가 내다본 성장률 전망치는 3.1%였고, 지난 2월 한은은 3%로 전망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12월 전망치와 투자은행(IB) 평균은 3%였다.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2.7%, S&P는 2.5%로 한국 경제 성장률을 전망했다. IMF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2.9%로 유지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전통적인 저성장국가인 일본(2.4%)과 불과 0.1%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19 대봉쇄로 인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충격을 집중적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선진 아시아 지역 국가(advanced asia) 국가 가운데 홍콩(0.7%)과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국과 함께 선진 아시아로 분류된 대만은 3.2%, 싱가포르는 4%, 호주는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더 큰 변화를 보였다. IMF는 이번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0%로 높였다. 이는 지난 3월 3.1%보다 0.9%P 상향된 것이고, 지난해 10월 내놓은 전망치 1.6%의 두배 이상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3.6%로 지난 1월 내다본 것 보다 0.8%P 낮췄다. 선진국은 3.3%로 0.6%P로, 신흥국은 3.8%로 1%P 하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선진국은 5.7%로 1.8%P, 신흥국은 8.7%로 2.8%P 상향 조정했다. IMF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금년 세계 경제 회복세가 대폭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로 보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5%로 1월보다 -11.3%P 낮췄다. 같은 기간 중국은 4.4%로 0.4%P, 미국은 3.7%로 0.3%P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은 2.8%로 -1.1%P 낮췄는데, ▲독일(3.8→2.1%) ▲프랑스(3.5→2.9%) ▲이탈리아(3.8→2.3%) ▲스페인(5.8→4.8%)로 조정됐다.

중국 동부 장쑤성 난통에서 17일 방역 요원들이 코로나19 봉쇄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할 식품을 배달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날 현재 신규 감염자 수는 2만3천 명을 넘어섰다. /난통 AFP=연합뉴스.

◇ “높은 인플레이션, 오래 유지될 것으로 예상”

IMF는 이번 보고서의 부제를 ‘전쟁이 글로벌 회복세를 되돌려 놓았다’로 잡았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1월 전망보다 전쟁의 영향으로 공급망 훼손, 인플레이션 등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오랜 기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이전 전망보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로 오래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Inflation is expected to remain elevated for longer than in the previous forecast)”고 말했다. 통화정책 정상화, 재정지원 축소, 중국 경제의 추가 둔화 가능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및 변이 가능성 등도 주요 하방 리스크로 거론됐다.

또 전쟁으로 통화·재정 등 정책 목표가 부딪히면서, 정책 당국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전쟁으로 악화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서는 긴축적 통화 정책이 요구되나, 경기 회복 필요에 따른 각 국 여건에 맞는 섬세한 정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재정 여력 확보를 위해 확대된 재정 지원을 축소하되, 전쟁 및 코로나19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올해 경제성장률 2%중반, 소비자 물가상승률 4%대, 국민총소득(GNI) 증가율 0%대’를 주요 골자로 한 경제 전망치를 보고한 바 있다. IMF가 이 보고에 부합한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함에 따라, 거시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저성장·고물가로 인한 복합위기 대응’으로 맞추려는 인수위 측의 대응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에서 제시될 수정 경제전망치도 IMF 전망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같은 경제 전망 보고를 받은 후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특히 물가가 심상치 않다”면서 “물가 상승 장기화에 대비해 물가 안정을 포함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 방안을 잘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