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빅스텝’(big step·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인상)을 단행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한국의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로써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금리 인상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은은 2020년 5월부터 기준금리 연 0.5%를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연 1.5%까지 끌어올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자는 지난 14일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금통위원들이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하게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며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 인상 시작 시점은 가급적 조기에, 그러나 인상 속도는 점진적으로 유지해 경제 주체들이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큰 충격 없이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소지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역전 폭이 너무 크게, 장기간 벌어지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25~0.5%로, 한·미 간 내외금리는 상단이 1%포인트(p)가량 차이 난다. 만약 연준이 5·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하고, 한국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 기준금리 수준으로 동결한다면 한·미 간 금리 수준은 같아진다. 여기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지속해서 단행된다면 연내 내외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자는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향후 한은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한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는데, 현재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과거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됐던 기간을 살펴보더라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두 기간 모두에서 순유입됐다”며 “국내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파장이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자본 유출에 대한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방역조치 강화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이 동시에 증대되고 있는 만큼 물가와 경기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겠지만, 국내 경기는 견조한 글로벌 재화 수요와 축적된 가계 소비 여력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음날인 19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