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5일 국고채(국채) 금리가 일제히 뛰었다. 대출금리의 선행지표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9%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르면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2조원 국고채 단순매입 조치에도 채권시장이 연일 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2%포인트(p) 오른 연 2.87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4월 24일(연 2.88%)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치다. 3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1.08%p 가까이 뛰면서 발작 수준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의 모습.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15%p 상승한 연 3.08%에 마감했다. 이로써 10년물과 3년물 간 장단기 금리차는 0.201%p로 좁혀졌다. 이는 2019년 10월 10일(0.183%p) 이후 가장 작은 폭이다. 국채 5년물 금리도 0.01%p 오른 연 3.029%를 나타냈다.

이날 3년물과 5년물, 10년물 국채 금리 모두 연고점을 경신했다. 국채 금리는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 조치에 나서면서 오전중에는 전날의 상승분을 되돌리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후 들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올라섰다는 통계청 발표에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채권시장도 다시 약세를 보였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011년 12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31.2% 상승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도 기존 전망치인 3.1%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봤다. 그간 한국은행이 물가와 금융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금리인상 결정을 내린 만큼, 4월이나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국채 금리가 급등한 이유는 단순매입이 중장기물 위주로 이뤄진 데다, 앞으로 2~3년물에 대한 단순매입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2~3년물에 대한 신호는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통해서만 나가야 하는 입장인 데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역시 대규모 단순 매입을 진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추가 단순매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권시장이 계속해서 가파른 약세를 이어갈 경우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단순매입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