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622개까지 늘어난 각종 ‘위원회’들이 사라진다.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했던 일자리위원회 등 기한이 한시적인 조직들을 비롯해 ‘개점 휴업’ 상태의 위원회들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면서 정부 주도로 각종 위원회들을 통폐합하는 ‘위원회 정비 계획’의 시즌 2라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임시 조직으로 설치했던 각종 위원회들에 대해 “한시·일몰 조직은 원칙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대표적인 한시 조직은 일자리위원회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생겨난 대통령 직속 조직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했을 정도로 이번 정부는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일자리위원회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5월에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것과 함께 일자리위원회도 기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가 이처럼 각종 한시적 위원회에 대해 원칙적 종료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은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의견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28일 ‘각종 위원회 재정비를 국정과제 대상으로 검토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인수위) 해당 분과에서 많은 위원회를 줄이자는 이야기가 제기됐다”면서 “인수위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크다”고 답했다.

정부 산하 행정기관 위원회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00개를 돌파한 622개까지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주도의 국정과제가 많아지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의사 결정이 강조되면서 새로운 위원회가 증가했다. 각종 위원회들은 이명박 정부(2012년 기준) 505개, 박근혜 정부(2016년 기준) 554개였다.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위원회는 570여개였는데, 문 정부에서는 그 숫자가 더 늘었다. 하지만 622개 위원회 가운데 회의를 1년간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곳이 11.4%(71개)에 달하고, 성과도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기능이 종료됨에도 올해 예산을 40억원가량 요구해 비판 받기도 했다.

이번 ‘위원회 종료’ 방침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정권교체기의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5월에는 정부 주도로 273개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위원회 정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2008년 5월 573개였던 중앙정부 위원회 수는 2010년 431개까지 줄어들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비대화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수많은 위원회 때문이라는 공감대도 있다”며 “지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각종 위원회의 종료를 통한 비용 감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