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이후 얼어붙은 자국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이 중국 하이난성 단저우의 인공섬 하이화다오(海花島)에 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 AP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중국 부동산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작년 4분기(10~12월)부터 중국 부동산 기업의 경영 여건이 회사채 발행 축소와 주가 하락 등으로 악화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는 지난해 9월 달러화 채권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충격으로 다른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줄줄이 디폴트에 빠졌다. 헝다 역시 작년 12월 달러화 채권 이자 8250만 달러(약 1010억 원)를 지급하지 못해 해외에서 발행한 달러화 채권 192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 전체가 연쇄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상향하는 등 주택 마련 여건을 개선했다. 또 분양 대금을 이전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숨통을 터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단계에 진입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중국경제팀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봉쇄 조치가 강화됐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제약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은은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부채와 신용 위험이 되레 점점 쌓여 구조적 리스크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한은 아태경제팀은 이날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 등 남미 3개국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아태경제팀은 “지난해 남미 3개국의 물가 상승률이 치솟았고, 브라질의 경우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정치적 불안도 확대하고 있다”라면서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