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이상 급등하면서 1240원을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8일째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영향이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한 데다,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사용 소식에 전쟁이 더 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240원을 넘어 마감한 것은 2020년 5월 25일(1244.2원)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이날 5원 오른 1237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장중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오후 들어 1240원대로 올라서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원에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투자자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8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과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소식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군이 비인도적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 인근까지 공격하면서 서방국과 러시아 간 직접 충돌 우려까지 불거졌다.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이 폭격했는데, 이들 시설은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연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높아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