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당초 2%에서 3.1%로 올려 잡으면서 “상당 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24일 밝혔다. 한은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지난 2012년 4월 3.2%(2012년 상승률 전망치)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그간 금리를 올리면서 제시한 근거 가운데 하나는 가파른 물가 상승률이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를 했지만,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르면 4~5월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연간 기준금리가 2%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 경로보다 높아져 상당 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연간으로는 3%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지수인 근원 물가도 올해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 물가는 일시적인 등락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개인서비스 및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3%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고 현재 물가 상황을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고,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까지 4개월째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물가 급등세는 다음 4월, 또는 5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강력한 이유다. 새해 들어 가팔라진 국제유가 상승세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 장기화, 소비 회복 등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국제 원자재·농산물 가격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으로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 연말까지 1.75~2%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조선비즈가 국내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이들 중 6명은 기준금리가 올해 2회 추가 인상돼 연말 금리 수준이 연 1.75%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4명 중 3명은 연내 1회 추가 인상, 1명은 3회 인상이 유력하다고 답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아지는 물가 흐름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 조정 시점을 3분기로 미루기보다 2분기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3월 대통령 선거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종료 등 일정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상은 4월보다 5월에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말 한은 기준금리의 전망치를 1.75%에서 2.00%로 상향 조정한다”면서 “한은이 추정하는 중립 기준금리는 2.25∼2.50%로 예상한다”고 밝혔다.